3월의 이야기 사람들이 빠져나간 베드타운의 중앙로에 큰 버스가 달려간다. 달랑 서너 명을 싣고 종착역으로 향한다. 3월의 햇살은 버스 뒤로 부서져 내리고 나는 유리문에 기대어 버스가 지나간 빈 거리를 바라본다. 아기를 업은 젊은 엄마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박꽃처럼 하얗게 웃으며 지나간다... 글쓰기 2014.03.15
2월 어느 목요일 밤의 일기 스물즈음 이었을 것이다 . 고개 너머 사는 친구 집에서 몇 명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다. 우리는 읍내에서 먹을 것을 사들고 시리고 찬 밤을 논과 밭을 지나고 낮은 고개와 가파르고 높은 고개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 올랐다. 고개마루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었던가. 까르르 거.. 글쓰기 2014.02.21
어느 주말의 일기 어제 밤 꿈속은 장황했다. 어딘지 모를 방이었는데 바닥에 물이 넘치고 있었다. 가족과 작은 아이들도 왕왕 보였다. 스님께서는 꿈은 꿈 일뿐이라 하셨으나 들은풍월로 물이 넘치니 내용은 상관치 않고 내심 기대를 하게 되었다.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거리는 들떠보였고 내겐 단 한 분의 .. 글쓰기 2014.01.13
이참에. 친정어머니 생신을 어디서 할 것이냐고 둘째 동생이 전화를 주었다. 나는 내 집에서 하고 싶다고 전하니 집이 좁아 되겠느냐 걱정을 한다. 남편에게도 이 얘기를 하니 그 또한 마땅치 않은 표정이 역력하다. 제사 때도 사촌까지 와서 모두 지내곤 하는데 새삼스럽게 좁은 집 타령이다. 시.. 글쓰기 2013.12.30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선한 인상을 지닌 할머니행상 한분이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 분이나 행상을 만나고 하기 때문에 큰돈을 쓸 수가 없었다. 양해를 구하고 양말 한 켤레만 구입하겠다고 하니 다른 분과는 다르게 웃으며 기꺼이 파는 것이다. 철학도 공부를 했는지 노트를 꺼내더니 사주를 보라했지만 거절.. 글쓰기 2013.11.09
‘쥐가 꽃을 먹는다!’ 과자 부스러기에 액체로 된 약품을 서너 방울 떨어뜨렸다. 꽃이 있는 화분마다 조금씩 놓아두었다. 이젠 저도 두 손을 들겠지, 백기를 들것이다 하고 손을 탁탁 털었다. 다음날 출근하면서 철문을 올리는데 후다닥 도망가는 녀석 때문에 나는 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 입을 다.. 글쓰기 2013.10.31
憂愁의 가을 동네 벚나무 길의 나뭇잎들이 하나 둘 노란 옷을 입기 시작했다. 낙엽도 흩어져 날리고 있다. 가을풍경은 어디서든 각별한 느낌일 것이다. 화려한 지역은 아니지만 서서히 가을 물이 드는 것이 아름답기만 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우거진 벚나무 길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월요일 아.. 글쓰기 2013.10.26
어느 가을날의 일기 서두르던 아침이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부황을 떴다. 걷는 데는 이상이 없으나 자세를 바꾸면 기분 나쁜 아픔이 잠깐씩 스치는 것이다. 놓아두면 안 될 것 같아 치료를 받는데 아침산책도 거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 만나지 못했던 나의 버드나무 산책길은 조금씩 나뭇잎이 .. 글쓰기 2013.10.09
가을향기 넘나들어 가을향기 넘나들어 어디로든 걷고싶네 친구네집 오솔길을 맨발로 나서볼까 눈부신 하늘아래서 욕심부려 무엇해 흰구름 파란하늘 높고맑아 눈부시고 소슬바람 춤을추니 들판이 향기롭네 가을빛 닮은얼굴로 비우면서 살리라 글쓰기 2013.10.05
차가운 바람불어 차가운 바람불어 옷깃을 여민다네 나뭇잎 떨어지니 마음자리 쓸쓸하고 밤내린 언덕위에서 불현듯이 눈물지네 구슬픈 노래가락 마음바다 휘젖누나 무수한 추억들이 바람결에 스며들고 꽃피던 이야기들은 세월속에 묻혔네 깊고도 어둔밤에 신작로 걸어가네 찬바람 불어대니 낙엽들 뒤척.. 글쓰기 201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