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백구라는 이름을 지닌 희고 순한 개에 관한 노래를 듣게 되었다. 가족의 일원으로 즐거움을 함께 하던 백구는 새끼를 낳다가 어이없는 슬픈 종말을 맞게 된다. 어린 날 애틋한 추억이 실린 잔잔한 음률을 듣다보니 남루하고 가난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얼마동안 한.. 글쓰기 2014.11.14
비오는 날의 단상 물구나무서기가 노화방지에 좋다고 해도 다칠까 엄두도 내지 않았다. 손님도 없고 해서 그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요가를 따라 해 보는데 현기증이 일어난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리다보면 몸을 길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살피다가 동공이 두 배나 되어버리는 소식이 있다. .. 글쓰기 2014.10.25
지난여름날의 왈츠 더위가 물러가니 빗님따라 가을드네 차한잔에 흔들리어 창밖으로 눈길가고 고운님 오신다는데 걸음마다 총총총 여름날은 떠나가도 마음혼자 서성이고 가을비님 어인일로 여기저기 쏟아붓나 아낙네 하소연소리 빗물처럼 어둡네 인생이 별것인가 세월따라 흐르게나 거침없는 소낙비도 .. 글쓰기 2014.08.21
윤일병의 소식을 접하며 피멍이 든 온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전혀 모르는 나까지도 이리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쓰려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데 윤일병의 부모 마음은 어떠했을지 짐작도 못하겠다. 윤일병을 참혹한 모습으로 만든 그들이 궁금하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다지도 끔찍한 일을 저지를 .. 글쓰기 2014.08.01
나의 천일홍에게 정말 뒤로 넘어갈 뻔 했다. 기가 막혀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더위를 뚫고 가게에 도착했는데 철문을 올리는 순간, 나의 꽃들은 무참히 짓밟혀져 있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 것 같았다. 흙은 다 파헤쳐져 있었고 채 자라지도 않은 천일홍의 팔 다리는 부러져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 글쓰기 2014.06.21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아침나절 비도 오고해서 물청소를 하게 되었다. 유리문 밑에 손을 살짝 대었는데 그만 오른손 중지를 베이고 말았다. 날카로운 아픔이 나를 가르더니 핏방울이 멈추지 않고 뚝 뚝 떨어져 크게 베인 줄 알았다. 약을 몇 번이나 덧바르고 밴드를 서너 번 붙이니 겨우 멎는다. 작은 상처임에.. 글쓰기 2014.06.12
모월모일 그녀의 일기 손님 두 분이 오셨다. 두 분 다 내게는 불편한 심정을 갖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어쩌면 그렇게 닮은꼴인지 알 길이 없다. 항상 자신들의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고 물건을 가지고 그냥 내빼는 스타일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누구 말처럼 썩히는 한이 있어도 팔고 싶지 .. 글쓰기 2014.04.12
친구의 전화 벼락같은 봄이란다 차를 세워 전화를 하노라 한다 멀리 있는 신랑에게 꽃소식을 전하거나 첫사랑을 떠올려야지 어쩌자고 내게 했느냐 하니 신랑에게 전화하면 꽃이 후 두둑 다 떨어질 것이라는데 다 늙어 첫사랑 같은 소리 한다는데 벼락같은 이 봄 우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아침부터 박.. 글쓰기 2014.03.28
휴일을 기다리며 휴일을 기다리며 비상하는 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꾸는 시간인가보다. 그러나 난 그러한 것은 두고 소소한 집안일 속에서 작은 기쁨을 맛보는 시간을 기다린다. 언제부턴가 밖으로 향한 마음을 거두게 되었다. 작은 집에서 소소한 일상에 젖어드는 시간이 좋기만.. 글쓰기 201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