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이참에.

다림영 2013. 12. 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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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 생신을 어디서 할 것이냐고 둘째 동생이 전화를 주었다. 나는 내 집에서 하고 싶다고 전하니 집이 좁아 되겠느냐 걱정을 한다. 남편에게도 이 얘기를 하니 그 또한 마땅치 않은 표정이 역력하다. 제사 때도 사촌까지 와서 모두 지내곤 하는데 새삼스럽게 좁은 집 타령이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터라 결혼 이십 칠 년 동안 집에 친정식구들 한 번 데려온 적이 없었다. 오래되고 낡고 좁기도 하겠지만 집에서 이것저것 해 먹이고 싶었다.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으로 지내고 있었다. 한번쯤은 누이 집에 동생들을 초대하고 싶었고 친정엄마에게도  딸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절에 다녀온 엄마가 절의 달력을 건네주어 날짜계산을 하게 되었다. 엄마생신은 평일이어서 언제쯤 할까 했더니 대뜸 며느리들 설거지하기 뭐한데 음식점에서 밥이나 한 끼 먹자고 한다. 아들 넷에 딸 하나 있는데 제일 큰 누이가 음식준비를 하겠다는데도 설거지 때문에 집에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작년에도 고민하다가 나는 이말 저말 않고 엄마 집에 모두 모이라 했다. 사먹는 음식이 반갑지 않고 경비도 아낄 겸 내가 준비하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그냥 집으로 오라고 전했던 것이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맛있게 먹어주어 너무 고마웠고 이것저것 골고루  먹을 수 있어 좋았는데 아마도 나만 좋아한 것이었는지 이제와 생각하니 그렇다.

 

이번에도 내가 준비 할까 생각하고 식단을 짜고 있었다. 동생도 남편도 우리 집에서 하는 것을 마뜩치 않아 하니 엄마 집에서 할까 했는데 그조차 며느리들 설거지 얘길 꺼내시니 망설이게 된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불편한 마음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스님법문을 들으며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메모를 하다말고 이 모든 것이 내 욕심인가 하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갈비 집 갈비탕이란 빨간 글자가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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