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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인상을 지닌 할머니행상 한분이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 분이나 행상을 만나고 하기 때문에 큰돈을 쓸 수가 없었다. 양해를 구하고 양말 한 켤레만 구입하겠다고 하니 다른 분과는 다르게 웃으며 기꺼이 파는 것이다. 철학도 공부를 했는지 노트를 꺼내더니 사주를 보라했지만 거절했을 때 나의 노트북에서는 낭송시가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분은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가 시가 멈추자 문득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을 주저리주저리 읊으며 한다는 말이 자신은 칠십 평생을 살았지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날들이 많았다며 총총히 나가는데 불현 듯 어떤 전기가 파르르 건너오는데 가을엔 행상도 시를 읊고 자신을 돌아보고 장사치도 낭송 시를 종일 듣곤 하는데 시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얼굴이 노랗게 물이 들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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