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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 그녀의 일기

다림영 2014. 4. 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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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두 분이 오셨다. 두 분 다 내게는 불편한 심정을 갖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어쩌면 그렇게 닮은꼴인지 알 길이 없다. 항상 자신들의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고 물건을 가지고 그냥 내빼는 스타일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누구 말처럼 썩히는 한이 있어도 팔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마구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단 한 푼이라도 남거나 손해가 가지 않으면 넘기는데 봉사하자고 나온 것은 아닐 터 적정한 이윤은 정당한 것이리라. 어쩌자고 그들은 작은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상을 잘 몰랐던 예전 같으면 양보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던 아니던 물건을 집어넣고 말았을 것이다.

어디 갔더니 너무 비싸게 받는다며 그런 말을 내게 전하기도 하면서 행동은 제 맘대로 하니 ....

 

어느덧 장사를 시작한지 이십 오년이 훌쩍 넘었다. 나이를 먹으니 조금 손해가 날지언정 손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가장 앞에 두게 된다. 어떤 장사속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그들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그들은 나를 장사꾼으로 보니 마음이 상하기가 일쑤지만 이젠 초월했다. 금세 상한 마음을 되돌릴 줄 알게 되었다. 편한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고 웃으며 보내고 마는 것이다.

 

 

오늘은 또 다른 어떤 손님 때문에 마음이 무척 상한 날이었다. 아마 남편 모르게 무엇을 장만 한 것 이었나보다.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기에 특별한 생각없이 물건을 찾아가라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받으며 재차 묻고는 화를 내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후회해본들 물은 다 쏟아지고 담을 길은 없었다. 그저 수리한 것을 찾아가라 얘기할 것인데 어쩌면 그렇게 머리회전이 안 되는 것인지....

 

남편 입장에서 보면 쓸데없는 물건에 돈을 쓰는 여자에게 천불이 났을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웬 사치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 년에 한번쯤 아니 몇 년에 한번 어떤 선물은 잠시일지 모르겠지만 우울했던 마음을 씻어주기도 한다. 행복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야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여자들이 하나의 물건을 구입하면서 상당히 행복해하는 모습을 만나보았기 때문에 그 기분을 짐작만 할 뿐이다.

 

며칠 마음에 걸려 그녀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크게 싸우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곤 소식이 없었다. 드디어 전화를 받던 분이 화가 잔뜩 서린 기색으로 그녀를 비롯한 가족을 이끌고 대뜸 들어왔다. 과년한 딸이 있는 자리에서 어미에게 욕을 한다. 심히 상한 얼굴로 잔액을 물으며 비용을 계산했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녀가 물건을 주문하면 거래를 말아달라며 부탁을 하고 가는 것이다. 무슨 다른 속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서늘했다. 신중하지 못한 내 말 한마디에 여자의 내밀했던 산통이 깨졌음에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을 보내고 나서도 납덩이가 얹혀 진 듯 무거운 마음은 오래갔다.

 

스물다섯에 장사를 시작했다. 얼떨결에 어찌 어찌 인연이 되어 이적까지 이어오고 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친정어머니는 장사 거시기는 개도 쳐다보지 않고 간도 쓸개도 다 빼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 라며 신중히 생각하라 하셨다.

 

장사를 시작할 때 친정어머니는 장사 거시기는 개도 쳐다보지 않고 간도 쓸개도 다 빼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 라며 신중 하라 하셨다.

예전에는 장사라는 직업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조금은 다른 계층이라고도 생각했다. 수단이 좋고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서인지 보통의 인간적인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에는 워낙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으나 스물다섯부터 이 길로 뛰어들었으니 인연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강산이 몇 번 변했다.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은 일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나고 있다.

 

회사생활을 6년 했었다. 어느 누군들 지금의 직업이 자신의 마음에 맞아 선택했으랴만 그저 어떤 노동으로 마음 꾹 눌러먹고 땀 흘리며 월급 받는 생활에 대한 동경이 높은 산만하다면 믿으실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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