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기가 노화방지에 좋다고 해도 다칠까 엄두도 내지 않았다. 손님도 없고 해서 그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요가를 따라 해 보는데 현기증이 일어난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리다보면 몸을 길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살피다가 동공이 두 배나 되어버리는 소식이 있다. 꼼꼼히 살피다가 결심을 하고 발모제에 대한 몇몇 약초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머리카락이 굵어질 것을 떠올리니 3개월이나 발효를 시켜야 쓸 수 있는데 벌써부터 솟는 기운.
신문을 뒤적이다가 이번에 열여섯 명이나 명을 달리한 사건의 보상 문제는 이례 없이 유가족들과 며칠 만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황망히 떠난 그들의 명복을 빌 뿐이었다. 누구도 그러한 사고가 있으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안이한 그들의 행동이 죽음을 불러왔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 보고 싶은 장면을 볼 수 없다면 그들과 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다.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바르지 않는 행동, 지켜야 할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자신의 안위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슬픔에 휩싸이고 억울함도 있기야 하겠지만 유족들의 성숙한 의식에 고개를 숙인다.
빌린 책 중에 신경옥의 인테리어 책자를 뒤적거린다. 그녀의 인테리어를 좋아한다. 군더더기 없고 나무와 흰색과 자연적인 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때마다 들여다보며 어떤 평화를 얻는다.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다.
친구 동생이 회사를 그만두고 타일이니 목재니 이런 공부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언젠가는 나의 작은 집이라도 한쪽 면은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공간을 만들고 부엌엔 꼭 자잘한 모양의 타일을 붙이고 천정은 도배를 하지 않고 시멘트만을 바르고 조명은....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들인데 그러한 생각만 하면 나는 즐겁다. 나도 여유가 있다면 그녀처럼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 많이 늦었겠지만.
비의 영향인지 나도 모르게 아침부터 줄곧 시낭송을 들었다. 오랜만에 듣는데 그렇게 좋을 수 가 없다. 누군가 시를 소리 내어 읽고 책도 가끔은 소리 내어 읽으라고 했는데 다 잊고 있었다. 낭송시를 들으니 눈으로 읽는 것보다 두 세 배 이상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
물건을 다 정리하고서는 엊그제 아이들과 함께 보던 프로그램에서 윤종신이 나왔는데 그의 노래가 떠올라 노래를 찾아 들었다. 공일오비.... 오래전에 나는 레코드가게를 했다. 공일오비의 노래들이 세상을 술렁이던 기억이 삼삼하다.
'월간윤종신’은 정말 책인 줄 알았다. 늘 노래하는 사람으로 머물기 위해 월간 윤종신을 내놓는다고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 곡은 무슨 수가 있더라도 발표를 한다고 한다. 새삼 그가 아름답게 늙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모르고 그가 그렇게 책을 내는구나했다. 무식한 동네 아줌마가 될 뻔했다. 난 무엇으로 나를 이끌어야 할까?
시간이 흐르고 ‘카페에서 듣기 좋은 음악’ 이라는 팝송 곡들을 듣게 되었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음악이 아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담담한 감정이 녹아 있는 듯 잔잔한 울림이 전해졌다. 윤종신의 노랫말 ‘치과 에서’ 같은 노랫말이 담기지 않았을까. 이별 후에 치과에서 치료를 하면서 남아 있는 마음의 상처도 함께 치료되기를 생각하는.....
카페에서는 여린 마음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잔잔한 음악들이 흐르면 참 좋을 것 같다.
며칠 전 빈 화분에 막내 동생이 준 밀 씨앗을 뿌렸다 . 꽃이 지고 나면 항상 가게 앞에는 조그맣게 생긴 만들어진 빨간 꽃을 놓아두었었다. 동생덕분으로 이젠 겨울에도 살아있는 밀을 감상하게 되리라 생각하니 즐거웠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누군가 그곳에 담배를 버린 것이다. 너무 놀라 담배를 줍는데 세상에 어느새 파란 싹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누군가에게 ‘담배 금지, 싹이 움트고 있어요’ 라고 적어 벽에 붙여 놓았다. 아직 천일홍은 건재하고 있다. 꽃이 모두 지고 나면 화분전체에 밀 씨앗을 뿌릴 것이다. 11월에도 12월에도 밀의 파릇한 싹이 올라와 눈을 즐겁게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흔들린다.
한 친구가 화장실 가는 것이 싫어 물을 안 먹는다고 한다. 하루에 여덟잔 정도의 물을 먹는 것이 피부건강에 좋다고 해서 나는 열심히 물을 섭취하고 있는데 날이 스산해지니 화장실 출입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먹어야 하리. 주름늘어가는 소리 마구 들리고 있다.
치아 때문에 고생하는 한 손님이 들리셨다. 굉장한 멋쟁이이고 부자이다. 그러나 그러면 무슨 소용인지. 잇몸이 약해 임플란트를 어찌 어찌 했지만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기막힌 아픔으로 거의 먹지 못한다고 한다.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 고소를 할 것이라고 하는데.....
오복중의 하나, 이를 지켜야 하겠다.
나이 들면 여기저기 고장 날 일만 남았다. 젊었을 때 바른 습관으로 건강한 노후를 맞이해야 함을....
3월 이었던가 대학새내기들의 천장이 무너지는 참사가 있었다. 그때 살아남은 한 여학생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너무 끔찍하고 무서웠다. 착하고 똑똑했던 여학생이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던 소녀였다. 교정에 웃음꽃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그녀의 꿈들이 스러졌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그녀는 바랄 수 없다.
매일 한시간이상의 피부손상 치료를 받으며 왜 살려 놓았는냐며 죽여 달라는 통곡이 병실을 울린다. 정말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매일 치료를 하며 함께 하루 하루를 열어가는 그녀 어머니의 암담한 앞날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녀에게 축복이 내리기를 ..._()_
비오는 날 커피를 내리니 향이 그만이다. 한 모금을 넘기며 참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면서도 어떤 막연한 걱정들이 수시로 다녀간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 하라는 선인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억지미소를 만들고 물리며 명상음악을 열어놓는다.
작은 것들이 아름답다는 말에 마음이 간다. 그렇다면 행복도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작고 소소한 일상들이 탈 없이 돌아가고 가끔 약간의 일탈이 있는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내게 주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잊지 말아야 하겠다. 순간순간 새롭고 맑게 수채화를 그리듯 마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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