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비도 오고해서 물청소를 하게 되었다. 유리문 밑에 손을 살짝 대었는데 그만 오른손 중지를 베이고 말았다. 날카로운 아픔이 나를 가르더니 핏방울이 멈추지 않고 뚝 뚝 떨어져 크게 베인 줄 알았다. 약을 몇 번이나 덧바르고 밴드를 서너 번 붙이니 겨우 멎는다. 작은 상처임에도 체온은 차가워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한 여름에 손을 베이다니 이런 낭패가 있을 수가 없다. 몸을 씻고 음식을 만들 것을 생각하니 한 걱정이 몰려온다. 세상엔 별별 아픔으로 시름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작은 것으로 걱정이라니 나답지 않다.
집에 돌아와 손가락이 물에 닿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왼손으로만 씻었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겨우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다쳤을 뿐인데 씻는 시간이 두 배나 더 걸렸고 개운하게 닦지도 못했다.
일이 생기고야 오른손과 가운데손가락의 고마움을 생각한다. 그동안 나를 살펴 씻어주고 모든 일을 거들어 주었건만 인사 한번 전하지 못했다. 또한 몸의 모든 것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해야 하겠다. 무사히 집에 도착하게 해 주고 가족들을 마주할 수 있게 하고 엄마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해 주고 웃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혼자 잘나서 사는 줄 알기도 했다. 모든 것의 도움으로 비로소 나는 단단히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도처에서 각종사고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힘들다 경기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몸으로 오늘을 열고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작은 고난도 있고 때로 스트래스라는 것이 없을 수는 없지만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살아 있어 느끼는 것들이다. 모두에게 모든 것에게 마음을 낮추고 몸을 굽히며 매일 인사해야 하겠다. 당신이 있어 내가 존재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_()_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일병의 소식을 접하며 (0) | 2014.08.01 |
---|---|
나의 천일홍에게 (0) | 2014.06.21 |
모월모일 그녀의 일기 (0) | 2014.04.12 |
봄 (0) | 2014.04.03 |
친구의 전화 (0) | 2014.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