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이피네. 둘레가 조용하고, 가끔 뒷골에서는 올빼미나 노루 우는 소리라든가 바람소리가 지나가고, 밤으로는 등잔불 켜고 이렇게 벽에 기대 앉아 등잔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 이런 공간이 나한테 주어졌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사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혼자 거기.. 필사 2009.10.27
산에는 꽃이피네/법정 홀로 있는 시간 우리처럼 한평생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곧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 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벽.. 필사 2009.10.24
메밀꽃 필 무렵 고개가 앞에 놓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내렸다. 둔턱은 험하고 입을 벌리기도 대근하여 이야기는 한동안 끊겼다. 나귀는 건듯하면 미끄러졌다. 허생원은 숨이 차 몇 번이고 다리를 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이가 알렸다. 동이 같은 젊은 축이 그지없이 부러웠다. 땀이 등을 한.. 필사 2009.09.18
메밀꽃 필 무렵 "쫓으려거든 쫓아 보지. 왼손잡이가 사람을 때려." 줄달음에 달아나는 각다귀에는 당하는 재주가 없었다.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 그만 채찍을 던졌다. 술기도 돌아 몸이 유난스럽게 화끈 거렸다 "그만 떠나세. 녀석들과 어울리다가는 한이 없어. 장판의 각다귀들이 란 어른보다도 더 무.. 필사 2009.09.17
메밀꽃 필무렵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이 축들을 바라고 언.. 필사 2009.09.16
나무를 심는사람 숲 속에서 부는 바람소리였다. 그런데 놀랍겓 못 속으로 흘러들어 오는 진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만들어진 샘에 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그 샘 곁에 이미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보리수가 심어져 있는 것이었다. 벌써 잎이 무성하게 자란 이 나무는 .. 필사 2009.09.05
나무를 심는 사람/장지오노 1920년 이래 나는 1년에 함 번식은 엘제아르 부피에를 찾아갔다. 그동안 나는 그가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을 전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가 겪은 시련을 잘 아실 것이다. 나는 그가 겪었을 좌절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성공.. 필사 2009.09.03
장지오노/나무를 심는 사람 그가 가려고 한 곳에 이르자 그는 땅에 쇠막대기를 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구멍을 파고는 그 안에 도토리를 심고 다시 덮었다. 그는 떡갈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는 그곳이 그의 땅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누구의 땅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곳이 공.. 필사 2009.09.01
장지오노/나무를 심는 사람 약 40여년 전의 일이다. 나는 여행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고산지대로 먼 여행을 떠났다. 그곳은 알프스 산맥이 프로방스 지방으로 뻗어 내린 아주 오래된 산악지대였다. 이지역은 동남쪽과 남쪽으로는 시스테롱과 미라보 사이에 있는 뒤랑스 강의 중류를 경계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북쪽.. 필사 2009.08.29
검은고양이 그러나 이 고양이에 대한 나의 혐오감과는 아랑곳없이 그놈의 나에 대한 편애는 더욱 커져만 가는 듯했다. 그놈은 독자들이 이해하기 곤란할 만큼 끈덕지게 내 발뒤꿈치를 따라다녔다. 내가 앉아 있을 때는 의자 밑에 주그리고 앉아 있든지 내 무릎위에 뛰어 올라와 진저리나는 애무로 나를 핥아대는 .. 필사 2009.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