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산에는 꽃이 피네

다림영 2009. 10. 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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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것은 많고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온다. 조그만 것에서 잔잔한 기쁨이나 고마움 같은 것을 누릴 때 그것이 행복이다.

 

 

너무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지 말고 때로는 밤에 텔레비젼도 다 끄고, 전깃불도 끄고, 촛불이라도 한번 켜보라. 그러면 산중은 아니더라도 산중의 그윽함을 간접적으로라도 누릴 수가 있다.

 

 

또한 가족들끼리 아니면 한두 사람이라도 조촐한 녹차를 마시면서 잔잔한 얘기를 나눌수 있다면 거기서 또한 삶의 향기가 피어나올 수 있다.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 말고, 단 십분이든 삼십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문명의 커다란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한 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 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고  따뜻한 말을 나눈다든가 눈매를 나눈다든가 일을 나눈다든가, 아니면 시간을 함께 나눈다든다,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와의 유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누는 기쁨이 없다면 사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다 나눌 것은 있다.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자신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 나눠 가질 수록 내 잔고가 줄어 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인 입장에서는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이 많이 쌓이면 짐승들이 먹이를 찾아서 내려온다. 그래서 내가 콩이나 빵부스러기 같은  먹을 걸 놓아준다. 박새가 더러 오는데, 박새한테는 좁쌀이 필요하니까 장에서 사다가 주고 있다.

 

 

고구마도 짐승들과 같이 먹는다. 나도 먹고 그놈들도 먹는다. 밤에 잘 때는 이 아이들이 물 찾아 개울로 내려온다.

눈 쌓인 데 보면 개울가에 발자국이 있다. 토끼 발자국도 이고, 노루 발자국도 있고 멧돼지 발자국도 있다. 물을 찾아 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해질녘에 도끼로 얼음을 깨고 물구멍을 만들어 둔다. 물구멍을 하나만 두면 그냥 얼어 버리기 때문에 숨구멍을 서너 군데 만들어 놓으면 공기가 통해 잘 얼지 않는다.

그것도 굳이 말하자면 내게는 나눠 갖는 큰 기쁨이다. 나눔이란 누군가에게 끝없는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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