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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글 877

순안첩공/예쁜 노을도 잠깐 만에 사라진다瞬眼輒空

번잡한 일상에서 조촐한 삶을 꿈꾼다. 명나라 사람 도륭의 [청언]몇 칙을 골라 읽는다. 늙어가며 온갖 인연이 모두 부질없음을 자각하게 되니, 인간의 옳고 그름을 어이 상관하겠는가? 봄이 오매 그래도 한 가지 일에 마음이 끌리니, 다만 꽃이 피고 시드는 것이라네. 부지런히 인맥을 관리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하며 살았어도 문득 돌아보면 덧없다. 제 한 몸 옳게 간수하기도 버겁다. 내가 옳다 해도 옳은 것이 아니요, 내가 그르다 해도 남들은 수긍하지 않는다. 세상일에 옳다 그르다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봄이 오면 자꾸 화단의 꽃 소식에 마음이 이끌린다. 오늘 막 핀 꽃이 밤사이 비바람에 꺾여 땅에 떨어지지나 않았을까 자꾸 신경이 쓰인다. 세상을 향한 관심을 조금씩 거두면서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자..

책 -

앞서 난 발자국을 따라 밟아본다. 먼저 간 사람이 길을 냈다면 나 또한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책을 얼마나 읽었는가보다 어떻게 읽었는지가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는 독서는 씹기만 할 뿐 삼키지 못함과 같다. 의심의 끝에서 발견하는 것은 결국 의심하는 나 자신이다. 의심하는 나를 극복하지 못하면 평생을 의심속에 살아야 한다. 일의 본질을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일을 맡아도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다, 재물을 탐내기보다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재물보다 풍성한 만족을 준다. 그 어떤 공부도 예술이 함께하면 즐겁다. 지식이 놓친 마음을 예술은 따뜻하게 데워준다. 책에는 저자의 평생이 담겨있다. 책을 펼쳤다면 나 또한 전 인격을 걸고 거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밑바닥에서부터 배워야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요생행명/삶은 요행의 연속僚生倖免

박제가의 처남 이몽직은 충무공 이순신의 후예였다. 하루는 남산에 활을 쏘러 갔다가 잘못 날아든 화살에 맞아 절명했다. 박지원은 [이몽직애사]에서 "대저 사람이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요행이라 말할 수 있다"고 썼다. 한 관상가가 어느 여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쇠뿔에 받혀 죽을 상이오, 왜양간 근처도 가지 마시오" 그 뒤 여자가 방안에서 귀이개로 귀지를 파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방문을 확 밀치는 통에 귀이개가 귀를 찔러 죽었다. 살펴보니 귀이개는 쇠뿔을 깎아 만든 것이었다. 같은 글에 나온다. 이 해괴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아침저녁으로 일어난다.정상 운항하던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되고, 하늘에서 강철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진다. 세상 사는 일이 내 의지가 아니라 ,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비대목소鼻大目小/수습의 여지는 남겨둔다

우우라는 새는 머리가 무겁고 꽁지는 굽어 있다. 냇가에서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면 무게를 못 이겨 앞으로 고꾸라진다. 다른 놈이 뒤에서 그 꽁지를 물어주어야 물을 마신다.[한비자](설림하說林下)에 나온다. 다음 말이 덧붙어 있다. "사람도 제힘으로 마시기 힘든 사람은 그 깃털을 물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백락은 말 감별에 능했다. 척 보고 천리마를 알아보았다. 미워 하는 자가 말에 대해 불으면 천리마 감별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끼는 자에게는 노둔한 말을 구별하는 법을 일러주었다. 일생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한 천리마 감별법은 알아봤자 써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노둔한 말은 날마다 거래되는 지라 간단한 요령 몇 가지만 알아도 잠깐만에 큰 돈을 벌 수가 있다. 한비자는 이야기끝에 다시 이렇게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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