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배경으로 겨울비 내리는 길을 오래토록 바라보았다. 그때 우산을 받쳐든 사람 둘이 홀연히 나타났다. 텅 빈 길이 그림으로 완성되었다. 모든 것은 서로의 풍경이 되어줄때 아름답다 나는 너의 배경으로 은은해 질 것이다. 풍경과 사색 2009.12.03
지난여름 끝무렵 녀석은 내가 아주 잘 하는 아이다. 이제 그러니까 몇살이 된 것인가....맞다! 열여덟인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정신나이는 너무나 어리다. 겨우 다섯살인 것이다. 커다란 덩치에 언제나 코를 훔치며 다니는 해맑은 영혼이어서 처음보는 이도 그것을 금새 눈치 챌 수 있다.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 풍경과 사색 2009.11.24
때로 그냥 가만히 제법 뜨거운 가을 볕이었고 우린 지치기도 했다. 친구는 성산일출봉 언덕에 그냥 누워버렸다. 어떠한 말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듯 했다. 간간히 바람은 살갗을 간질였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자장가가 되어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잠든 친구의 모습이 예뻐서 곁에 나도 누워보았지만 금새 반 .. 풍경과 사색 2009.11.23
어느 휴일에 아주 오래전 이 계단 아래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그때 우리학교는 수영으로 이름을 날리던 학교였고 우리는 여름방학이면 이곳에서 수영을 배워야 했다. 이제 너무도 오래된 추억의 수영장은 사라졌고 그곳에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한 그림같은 풍경이 있었다. 뉘집 견공인지 저아래 세상을 내려다 보.. 풍경과 사색 2009.10.01
성자의 모습 가게 앞에 물건을 부려 놓는 그녀는 장애우인듯 하다. 뙤약볕 아래 긴옷을 걸치고 아무렇지 않은듯 제 영혼만을 살피고 있다. 그 깊은 곳에서 그녀가 건져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반짝이는 가게 안에서 그녀는 뙤약 볕 아래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양산을 쓰고 부채질을 하며 사람들은 빠르게 그녀.. 풍경과 사색 2009.09.29
맨발의 가을 운동회 그때의 시골 운동회는 동네 잔치였다. 손자, 손녀,삼촌,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가 함께하는 굉장한 행사였다. 대부분 운동회는 추석무렵에 펼쳐지곤 했다. 햇과일 햇곡식을 한 보따리에 싸서 머리에 이고 들고 어머니들은 한복까지 챙겨 입기도 하며 학교로 서둘러 향했다. 동네가 온통 운동회로 시끌.. 풍경과 사색 2009.09.26
1970년대 소풍 우리가족은 여름밤이면 언제나 마당의 평상위에 앉아 밤참을 즐기곤 했다. 그때 아버지는 술 한잔을 하시며 언제나 나의 노래를 청하곤 하셨다. 그때문인지 나는 남들앞에서서 노래부르는 일을 그다지 부끄러워 하지 않게 되었고 가끔 노래자랑시간이면 늘 불려나가곤 했고 이렇게 소풍날이면 친구.. 풍경과 사색 2009.09.25
왕곡동 정미소 어쩌다 한번 나는 절에 가는 길에 이 아름다운 정미소와 만나게 된다. 정미소는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채 늙어가고 있다. 옛날 이맘때면 분주하고 사람들의 소리로 굉장했을 것이다. 시내와는 별반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조용하기 이를데 없다. 세월의 무상함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부지런했.. 풍경과 사색 2009.09.25
어릴적 친구들의 뒷모습 그렇군요/정운 어느새 우리 생의 절반이상 걸어왔군요. 그렇군요 조용한 뒷모습 수많은 이야기 들리는 군요 비둘기빛 여운 깃들어 있군요 그렇군요 삶의 애환 그림처럼 보이는군요 뒷모습 위해 잘살아야 하겠군요. 그렇군요 그저 산처럼 살아야 하겠군요 풍경과 사색 200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