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사색

1970년대 소풍

다림영 2009. 9. 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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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은 여름밤이면 언제나 마당의 평상위에 앉아 밤참을 즐기곤 했다. 그때 아버지는 술 한잔을 하시며 언제나 나의 노래를 청하곤 하셨다. 그때문인지 나는 남들앞에서서 노래부르는 일을 그다지 부끄러워 하지 않게 되었고 가끔 노래자랑시간이면 늘 불려나가곤 했고 이렇게 소풍날이면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아마도 가을소풍일 것이다. 나의 친정엄마는 아이들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사진사를 불러 내 모습을 남겨주셨다. 그리고는 아마도 사진값을 몇달에 걸쳐 내셨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지만 강산이 몇번이나 바뀌고 바뀌어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이 귀한 사진 한 장은 내게 있어  굉장한 재산으로 남겨졌고 상상만으로 찾을 수 없는 추억들을 오롯이 가져다 주는 것이다.


친정엄마는 가끔 이 사진을 들여다 보시면 저 조끼는 내가 내 바지 풀어서  떠 입혔지 하며 미소를 지으시고 나는 단발머리 위의 핀이 무슨색깔이었는지, 무슨모양이었는지, 확연히 떠오르는 것이다.  노란병아리 색깔에 노래하는 기타모양의 플라스틱 작은 핀..... 누가 선물한 것인지  기억에 없지만   한동안 애지중지  머리에 꽂고 다니던  나의 촌스럽던 모습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귀한 시절이었다. 아마도 추석무렵이었는지 바지도 새로 얻어 입은 것 같다.


친구들과 나는 굵은주름 가는주름 그려가며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진속의 어릴적 우리의 모습을 가끔 들여다 볼때면 금새 아이처럼 환해지고 얘는 누구지? 얘,순이맞지 ? 하며 추억속의 어린날에 젖어드는 것이다.

 

십몇년 전인가 초등학교 동창회 때 선생님을 모신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살아나 고개를 내민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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