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이 계단 아래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그때 우리학교는 수영으로 이름을 날리던 학교였고 우리는 여름방학이면 이곳에서 수영을 배워야 했다. 이제 너무도 오래된 추억의 수영장은 사라졌고
그곳에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한 그림같은 풍경이 있었다. 뉘집 견공인지 저아래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세상을 관조하는듯한 느낌이어서 나는 걸음을 옮길 수 없었고 한참을 서서 바라
보았다. 그러다가 자리를 떠나면서 손을 크게 흔들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도 내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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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사위를 적시던 어느 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