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를 읽다/문무학 ‘읽’자 다음에 홀소리가 따라오면 ‘읽’은 ‘일’로 발음되며 일이 된다 읽는 것 읽게 하는 것 그 모두가 일이다. ‘읽’자 다음에 닿소리가 따라오면 ‘읽’자는 ‘익’이 되어 소리를 높인다 사람은 읽고, 읽고, 읽어야 익어갈 수 있다고... ‘읽’자가 ‘일’로도 ‘익’으로도 읽.. 애송 詩 2013.11.16
11월/엄원태 불현 듯 사방이 어두워졌다. 마음에 스위치 꺼지듯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주 깜박이는 추억에도 점멸장치가 있어 한동안 꺼놓았다가 필요할 때 켤 수 있으면 좋겠다. 만상이 그렇게 한순간에 늙어간다. 슬픔도 속살 메마르고 까칠해서, 부지불식간이다. 축생, 혹은 먼지같은 날들, .. 애송 詩 2013.11.15
사람을 쬐다/유흥준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이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 애송 詩 2013.11.15
이사 /도연명 이사 1 전부터 남촌에서 살고자 한 것은 집터가 좋아서가 아니라네 순박한 사람 많다기에 아침저녁으로 자주 만나고 싶었다네 이런 생각 가진 지 꽤 여러핸데 오늘에야 이처럼 옮기게 되었네 누추한 집 어찌 꼭 넓을 필요 있으랴 침상과 앉을 자리만 가릴 수 있으면 된다네. 이웃사람들 .. 애송 詩 2013.11.06
[스크랩] ♥ 좋은만남 - 글도우미 초희 (낭송 돌체비타) ♥─┼ ♥ 좋은만남 - 글도우미 초희 (낭송 돌체비타) ♥─┼ 배경음악: Danny Canh - The Calling 좋은 만남 좋은 만남은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 영혼을 어루만지고 격려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랍니다 좋은 만남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요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꽃이랍니다 살아가면서 좋.. 애송 詩 2013.10.31
[스크랩] 가를 엽서/홍해리(낭송:단이 권영임) 가을 엽서 홍해리 풀잎에 한 자 적어 벌레소리에 실어 보냅니다 난초 꽃대가 한 자나 솟았습니다 벌써 새끼들이 눈을 뜨는 소리, 향기로 들립니다 녀석들의 인사를 눈으로 듣고 밖에 나서면 그믐달이 접시처럼 떠 있습니다 누가 접시에 입을 대고 피리 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창백한 .. 애송 詩 2013.10.30
[스크랩] 시월/이기철 -시월/이기철- '시월' 하고 부르면 내 입술에선 휘파람 소리가 난다 유행가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맨드라미들이 떼를 지어 대문 밖에 몰려와 있다 쓸쓸한 것과 쓰라린 것과 서러운 것과 슬픈 것의 구별이 안 된다 그리운 것과 그립지 않은 것과 그리움을 떠난 것의 분간이 안 된다 누구나.. 애송 詩 2013.10.30
동림사에서/내 마음을 읊노라-정약용 동림사에서 무등산 남쪽에 절이 많지만 동림사가 가장 맑고 그윽해. 깊은산속 정취가 좋아 부모님 봉양 잠시 관두고선 뗏목 놓아 맑은 계곡 건너고 신 신고 푸른 봉우리 오르니 그늘진 비탈엔 눈이 덮였고 키 큰 상수리나무엔 마른 잎 달렸네. 주위를 돌아보니 세상 근심 사라지고 산문山.. 애송 詩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