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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사에서
무등산 남쪽에 절이 많지만
동림사가 가장 맑고 그윽해.
깊은산속 정취가 좋아
부모님 봉양 잠시 관두고선
뗏목 놓아 맑은 계곡 건너고
신 신고 푸른 봉우리 오르니
그늘진 비탈엔 눈이 덮였고
키 큰 상수리나무엔 마른 잎 달렸네.
주위를 돌아보니 세상 근심 사라지고
산문山門에 드니 맑은 생각 일어나네.
열심히 글 읽어야
아버님 기대 미칠터라
새벽까지 깨어서
목어木魚 치는 소릴 듣네.
꼭 출세하고 싶어서겠나
방탕한 생활보단 나아서이지.
젊은 시절 재주만 믿고 있다간
나이들어 실속 없게 마련이니
경계하여 느슨해지지 말아야지
세월의 풍경은 참 허무하니까.
내 마음을 읊노라
1.
젊은시절 서울에서 노닐 때
벗 사귐 비루하지 않았지.
세속을 벗어난 운치만으로
믿고 마음을 열 수 있었네.
힘써 공자의 도를 따르고
다시는 세상돌아가는 일 묻지 않았지.
예의 잠시 새롭게 하였지만
잘못도 후회도 거기서 생겼다네.
마음을 굳게 먹지 않는다면
가는 길 어찌 평탄하겠나.
늘 두려운 건 중간에 변해
영영 사람들 웃음거리 되는 일.
2.
슬퍼라 우리나라 사람들
주머니에 든 것처럼 갇혀 있네.
삼면은 너른 바다가 둘러싸고
북쪽은 높은 산이 겹겹이 둘러
사지를 항상 웅크리고 있으니
뜻과 기상을 어찌 채우리
성녛은 저 멀리 있으니
뉘라서 이 어둠을 밝혀 주려나.
고개들어 세상을 보니
환한 모습 보려해도 눈앞이 어둑하네.
남 따라 하기 급급해서
좋은 걸 가려낼 틈이 없고
바보가 멍청이를 받들면서
떠벌려 함께 받들게 하니
단군 때만도 못하구나
순박한 풍속이 있었던 그때.
<다산의 풍경>중에서
-한자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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