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동림사에서/내 마음을 읊노라-정약용

다림영 2013. 10. 2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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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사에서

 

무등산 남쪽에 절이 많지만

동림사가 가장 맑고 그윽해.

깊은산속 정취가 좋아

부모님 봉양 잠시 관두고선

뗏목 놓아 맑은 계곡 건너고

신 신고 푸른 봉우리 오르니

그늘진 비탈엔 눈이 덮였고

키 큰 상수리나무엔 마른 잎 달렸네.

주위를 돌아보니 세상 근심 사라지고

산문山門에 드니 맑은 생각 일어나네.

열심히 글 읽어야

아버님 기대 미칠터라

새벽까지 깨어서

목어木魚 치는 소릴 듣네.

꼭 출세하고 싶어서겠나

방탕한 생활보단 나아서이지.

젊은 시절 재주만 믿고 있다간

나이들어 실속 없게 마련이니

경계하여 느슨해지지 말아야지

세월의 풍경은 참 허무하니까.

 

 

내 마음을 읊노라

1.

젊은시절 서울에서 노닐 때

벗 사귐 비루하지 않았지.

세속을 벗어난 운치만으로

믿고 마음을 열 수 있었네.

힘써 공자의 도를 따르고

다시는 세상돌아가는 일 묻지 않았지.

예의 잠시 새롭게 하였지만

잘못도 후회도 거기서 생겼다네.

마음을 굳게 먹지 않는다면

가는 길 어찌 평탄하겠나.

늘 두려운 건 중간에 변해

영영 사람들 웃음거리 되는 일.

 

 

2.

슬퍼라 우리나라 사람들

주머니에 든 것처럼 갇혀 있네.

삼면은 너른 바다가 둘러싸고

북쪽은 높은 산이 겹겹이 둘러

사지를 항상 웅크리고 있으니

뜻과 기상을 어찌 채우리

성녛은 저 멀리 있으니

뉘라서 이 어둠을 밝혀 주려나.

고개들어 세상을 보니

환한 모습 보려해도 눈앞이 어둑하네.

남 따라 하기 급급해서

좋은 걸 가려낼 틈이 없

바보가 멍청이를 받들면서

떠벌려 함께 받들게 하니

단군 때만도 못하구나

순박한 풍속이 있었던 그때.

 

 

<다산의 풍경>중에서

-한자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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