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11월/엄원태

다림영 2013. 11. 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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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 듯 사방이 어두워졌다.

마음에 스위치 꺼지듯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주 깜박이는 추억에도 점멸장치가 있어

한동안 꺼놓았다가 필요할 때 켤 수 있으면 좋겠다.

 

만상이 그렇게 한순간에 늙어간다.

슬픔도 속살 메마르고 까칠해서, 부지불식간이다.

 

축생, 혹은 먼지같은 날들,

생이 마냥 누추해지는 한 시절 있다.

추억이란, 어둠 속으로 제 추운 그림자를 밀어넣는 일,

 

검은 외투를 걸친 어느 후생의 저녁은

설핏 뒷모습만 보여주고 가뭇없다.

 

허공에 총총하던, 무당거미들이 사라진 11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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