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헛것을 따라다니다*/김형영 -헛것을 따라다니다*/김형영-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 애송 詩 2014.10.10
[스크랩] 저도 촌놈이면서/최재경 -저도 촌놈이면서/최재경- 즈이 집구석 일 할 때는 식전 해 뜨자마자 설치고 위세를 떨던 놈이 내 논에 모 심어 준다고 일찍 나오라고 해서 서둘러 아침 대충 거르고 나갔더니 새참 때가 되어서 택시를 타고 끄적거리고 와서는 하는 말이, 참 내 어제 먹은 술이 과하여 속이 쓰리고 허니, .. 애송 詩 2014.09.15
[스크랩]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표성배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표성배-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그게 주어진 졸림에 대한 예의다) 사실 사십이 지나도록 예의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 망치에 대한 예의 프레스에 대한 예의 그라인더에 대한 돌에 대한 나무에 대한 물에 대한 바위에 대한 흙에 대한 공기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당.. 애송 詩 2014.09.12
[스크랩] 천원역*/이애경 -천원역*/이애경- 호남선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천원역과 만나네 노령역 지나 송정리역 다음 나주역에서 내려야 하지만 나는 천원역에서 슬쩍 내리고 싶네 천 원짜리 지폐는 애들도 시큰둥 한다는데 차창 밖 들녘은 천 원이면 뭐든 살 수 있다고 나풀나풀 유혹하고 뻥튀기처럼 부푼 행복.. 애송 詩 2014.09.11
[스크랩]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신달자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신달자-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그냥 무심히 그 앞을 지날수가 없다 해가 진다 어두워오는 마음에 불을 켠 듯한 이름하나 없을까 사각의 공중전화 박스속에서 수첩을 뒤적이지만 가을 억새가 나부끼는 빈 들판에 나는 서있고 이런 마음을 들켜도.. 애송 詩 2014.08.11
공주 우거에서 공주 우거에서 부귀를 이뤄보려 꿈도 꾸면서 젊을 적엔 운명을 믿지 않았지 하는 일마다 어찌 그리 뜻과 다른지 몸은 벌써 나이 든 축에 들어가누나.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 잎 스치는 소리도 듣고 개울가에 다가앉아 물 위에 뜬 얼굴도 살펴본다. 도포 자락 휘날리며 들판을 가는 이 멀리.. 애송 詩 2014.07.26
산을 내려와 초당에서 묵다 이이(李珥 1536~1584) 도를 배운다는 것은 집착이 없다는 것 푸른 학이 사는 골짜기를 선뜻 떠나 흰 갈매기 나는 물가에 와 구경한다. 천리를 떠도는 구름같은 신세로 바다 한 귀퉁이 하늘과 땅에 서 있다. 초당에 몸을 맡겨 묵고자 하니 매화에 비친 달, 이것이 풍류로구나. 與山人普應下山 .. 애송 詩 2014.07.03
붓꽃/최명란 붓꽃 하굣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힘껏 뛰었다 게임방 입구에서 잠시 피했다가 다시 뛰었다 피자 집 담벼락에 붓곷 한 송이 우산도 안 쓰고 비를 맞고 있었다 빗줄기가 세차게 때리는데도 눈을 감고 꿋꿋이 이겨내고 있었다 나도 뛰던 걸음을 멈추고 붓꽃이 되어 서 있어 보았다 멀리 .. 애송 詩 201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