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되돌아보는 저녁/공광규 -되돌아보는 저녁/공광규-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저녁 시골길 그동안 너무 빨리 오느라 극락을 지나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 읽었던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잠시 쉰다는 이야기를 발등을 스치는 메뚜기와 개구리들 흔들리는 풀잎과 .. 애송 詩 2013.10.19
[스크랩] 이상국의 `나도 보험에 들었다` 감상 / 권순진 -나도 보험에 들었다/이상국-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택시기사가 핏대를 세우며 덤벼들었지만 나도 보험에 들었다 문짝이 찌그러진 택시는 견인차에 끌려가고 조수석에 탔다가 이마를 다친 남자에게 나는 눈도 꿈쩍하지 않고 법대로 하자고 했다 나도 보험에.. 애송 詩 2013.10.18
[스크랩] 박형권의 `은행나무` 감상 / 장석남 -은행나무/박형권-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 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 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 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 애송 詩 2013.10.18
[스크랩] 임영조의 `염소를 찾아서 3` 감상 / 김민정 -염소를 찾아서 3/임영조(1943~2003)- 고2 때 기말시험 보던 날 납부금 안 냈다고 쫓겨난 나는 고향집에 내려가 식구들 몰래 새끼 밴 염소를 내다 팔았다 간재재 넘어 삼십여 리 길 팔려가는 낌새를 알아차린 듯 거품 물고 버티며 울부짖던 염소를 판교장에 끌고 가 헐값에 팔았다 삼십 년 지.. 애송 詩 2013.10.18
[스크랩] 빨래 너는 여자/강은교 -빨래 너는 여자/강은교-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 애송 詩 2013.10.17
사평역(沙平驛)에서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 애송 詩 2013.10.14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고운기 흙 묻은 자갈이 낮잠 자는 옛길 새로 만든 도시의 사람 드문 골목길 강둑 기슭에는 꽃을 내려놓고 푸르게 움돋는 개나리 잎 뺏길 뻔하다 겨우 살아 남은 언덕길 나는 자랑같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좀 흘날리면서 돌아오지 않을 강물과 인사도 나누다가 거슬러 거슬러 입에서 터지는.. 애송 詩 2013.10.11
노끈/이성목 노끈 마당을 쓸자 빗자루 끝에서 끈이 풀렸다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의 갈래가 많았다 생각을 하나로 묶어 헛간에 세워두었던 때도 있었다 마당을 다 쓸고도 빗자루에 자꾸 손이 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른 꽃대를 볕 아래 놓으니 마지막 눈송이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어 남은 .. 애송 詩 2013.10.09
이 순간/피천득 이 순간/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 애송 詩 2013.10.04
모두가 바다이니라 / 남상광 모두가 바다이니라 / 남상광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여 그리워하지를 마라 막걸리 가득 찬 밑두리 깨진 막사발 피아노 선율 새나오는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 뒷골방 모두가 바다이니라 낭만시인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읊어 놓은 욕설 섞인 시 한 수까지 모두가 바다이니라 바다를 그리워하.. 애송 詩 2013.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