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표성배-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그게 주어진 졸림에 대한 예의다)
사실 사십이 지나도록
예의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
망치에 대한 예의
프레스에 대한 예의
그라인더에 대한 돌에 대한 나무에 대한
물에 대한 바위에 대한 흙에 대한
공기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당신에 대한 심지어 내 자신에 대한……
내가 예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우연처럼 희망적인 것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는 일들이
우연처럼 다가왔을 때
그 기쁨이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 위해
우연히 눌려져 온 시간
시간의 겹
시간의 무게
그 무게를 어느 날 훌훌 벗어버리듯
그렇게 나는 예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예의를 예의답게 하는 것은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졸릴 때는 졸아야 하는 것이다.
출처 : 詩 동행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
'애송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헛것을 따라다니다*/김형영 (0) | 2014.10.10 |
---|---|
[스크랩] 저도 촌놈이면서/최재경 (0) | 2014.09.15 |
[스크랩] 천원역*/이애경 (0) | 2014.09.11 |
[스크랩]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신달자 (0) | 2014.08.11 |
공주 우거에서 (0) | 201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