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 펄펄 내리는 눈을 마주했으니 어찌 술 생각이 나지 않으랴. 석 잔으로는 채워지지 않아서 마시다 보니 한 말까지 이르렀네. 坐對紛紛雪(좌대분분설) 那能不飮酒(나능불음주) 三杯猶未足(삼배유미족) 行且到盈斗(행차도영두) 도운(陶雲)이진망(李眞望1672~1737)은 대제학과 형조판서 등 고관.. 애송 詩 2015.01.14
[스크랩] 빈 자리가 필요하다/오규원 -빈 자리가 필요하다/오규원(1941~2007)- 빈 자리도 빈 자리가 드나들 빈 자리가 필요하다 질서도 문화도 질서와 문화가 드나들 질서와 문화의 빈 자리가 필요하다 지식도 지식이 드나들 지식의 빈 자리가 필요하고 나도 내가 드나들 나의 빈 자리가 필요하다 친구들이여 내가 드나들 자리가.. 애송 詩 2015.01.09
[스크랩] 강기원의 `죽` 감상 / 황인숙 -죽/강기원- 죽집에 간다 홀로, 혹 둘이라도 소곤소곤 죽처럼 조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기다린다 죽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채근하는 사람은 없다 초본식물처럼 그저 나붓이 앉아 누구나 말없이 죽을 기다린다 조금은 병약한 듯 조금은 체념한 듯 조금은 모자란 듯 조그만 종지에 담겨.. 애송 詩 2015.01.06
눈 내린 아침에/남상광 눈 내린 아침에 저녁에 아궁이 장작불 타는 소리 타닥타닥 들리더니 밤새 가마솥 물 끓는 소리 펄 펄 펄 들리더니 희미한 새벽 바가지 쌀 씻는 소리 싸락싸락 들리더니 햅쌀로 갓 지은 차진 쌀밥 수북이 쌓여있다 윤기가 반지르르 흐른다 군데군데 나무콩이 맛나 보인다 잘 익은 김치 같.. 애송 詩 2015.01.02
[스크랩] 세모(歲暮)의 창가에 서서/이해인 -세모(歲暮)의 창가에 서서/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 애송 詩 2014.12.29
[스크랩] 마경덕의 `수요일에 생각하다` 감상 / 최형심 -수요일에 생각하다/마경덕- 향기를 탕진한 꽃의 낯빛과 책장에 갇혀 늙어가는 고서古書의 표정이 동일하다 점점 줄어드는 지우개의 불안과 전깃줄에 매달린 빗방울의 여생과 장롱 속에서 사라진 나프탈렌의 부재를 생각하는 오후 흘러간 것들의 나라는 어디인가 서랍에 묶인 만년필의 .. 애송 詩 2014.12.24
[스크랩] 브래지어/이영숙 -브래지어/이영숙- 이봐, 자네 언제 죽었어 내 몸을 떠나지 못하는 봉분 두 채 볕 잘 드는 창가 건조대에 정겹게 누워 있다 한눈에 봐도 부부 같다 나를 밟고 간 상여꾼들은 멀리 떠나고 내가 없는 세상 젖가슴 부풀어오른 꽃들이 봄이 왔다고 난리법석을 떨거나 말거나 죽음은 슬픈 일이.. 애송 詩 2014.12.24
백점맞기/진현정 엄마가 얘기했지? 문제는 천천히 읽고 다 풀고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한 문제 안 틀리는 거 그게 실력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그랬니 안그랬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니까 이 모양이지 꼭 한 개씩 틀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근데 너 왜 울어? 애송 詩 201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