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세모(歲暮)의 창가에 서서/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출처 : 詩 동행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
'애송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강기원의 `죽` 감상 / 황인숙 (0) | 2015.01.06 |
---|---|
눈 내린 아침에/남상광 (0) | 2015.01.02 |
[스크랩] 마경덕의 `수요일에 생각하다` 감상 / 최형심 (0) | 2014.12.24 |
[스크랩] 브래지어/이영숙 (0) | 2014.12.24 |
김재진의 국화앞에서 (0) | 2014.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