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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상보시

다림영 2023. 4. 2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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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과 비움이 자유로울 때 열리는 행복의 문/미산스님

'무주상보시'란 무엇인가 

붓다는 행복을 성취하는데  매우 중요한 방법으로 나눔, 즉 보시바라밀을 가르쳤다. 우이세 본 사섭법四攝法중 첫번째가 보시섭이었듯이 깨달음을 추구하는 중생, 즉 보살이 수행해야 할 육바라밀 중에서도 첫번째 덕목이다. '바라밀'이란 보살이 이 고통의 언덕에서 최상의 행복인 저 열반의 언덕으로 건너가도록 하는 뗏목이나 나룻배와 같은 것이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어서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행복은 나눔을 통해서 증장되고 온전해진다.  행복은 채움과 비움으로 성취된다. 보시도 베푸는 것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도 포함된다. 베푸는 것이 비움이라면 받는 것은 채움이다. 채움과 비움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청정한 보시, 즉 무주상無住相보시라 한다.

 

진정한 보시는 최상의 행복인 해탈.열반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왜냐하면 보시야말로 탐진치 삼독의 마음을 정화해 비우고 청정과 안온과 영감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주고 받고, 채우고 비우는 행위를 통해 '나' 혻은 '나의것'이라는 아집에서 벗어나 '나'와 받는 '대상'이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엇을 주고받느냐에 따라 세 종류의 보시가 있다. 주고받는 것이 물질에 해당되면 재시財施라 하고, 진리에 대한 가르침이면 법시法施라고 하며, 불안과 공포를 없애주는 것이면 무외시無畏施라고 한다. 붓다는 부자들이 많은 재물을 가졌음에도 베풀지 않고 인색한 것을 두고, 마치 넓은 호수의 맑은 물이 있는데 물을 쓰지 않고 저장만 해두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다.

 

물을 쓰지 않고 저장만 해두면 말라 없어지듯이 귀한 재물이 아무리 많더라도 쓰지 않으면 그것의 효용가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붓다의 가르침을 들은 자들이 환희심을 가지고 법을 나누어 전법傳法하면 법은 널리 퍼지게 되고, 이로써 법이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자들의 공포와 슬픔을 어루만져 치유하면 그들이 마음의 안정과 자유를 얻게 되어 정신의 건전함을 전승할 수있다.

 

따듯한 말 한마디, 밝은 미소, 상대방에 대한 온정어린 배려와 자애등, 몸과 말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보시는 한계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바른 가르침을 나누는 보시는 그 어떤 보시의 공덕보다 수승하고, 또한 근원적인 행복의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시의 세가지 조건

행복의 토대가 되고 수승한 공덕이 있는 보시는 반드시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삼륜청정三輪淸淨, 즉 세개의 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잘 돌아가야 한다. 삼륜청정이란 보시하는 자와 받는자, 보시물이 모두 깨끗해야 한다는 뜻이다. 

깨끗하다는 말은 흔적을 남기지 않아 공적空寂하다는 말이다. 주었다는 상相을 낸다거나 혹은 받았다고 짐이 되는 마음이 아니라 텅 비어 고요하다는 뜻이다.

 

청정한 보시는 아무맂 가고 소박한 것이라도 상대방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진정성 있는 한 번의 보시가 다른 보시를 낳고, 그 보시가 또 다른 보시를 낳게 되어 연쇄적인 파급력을 갖게 된다. 결국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보시바라밀이 중중무진重重無盡으로 서로가 서로를 움직여 우주를 감동시키는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세 바퀴가 청정하지 못한 보시바라밀은 탐진치를 정화할 수도 없고 자애와 연민의 마음을 촉발시키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일반사회에서 흔히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 기부행위나 보시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것은 아니다. 

 

사실은 성자가 아니면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춘 보시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무언가 약간의 대가를 바라면서 하는 보시는 상에 머물러 하는 보시, 즉 유주상有住相보시라고 할 수 있다. [금강경]에서 말하듯 집착과 이해타산이 없는 마음으로 하는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무주상보시가 가장 가치가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보시는 아니다.

 

붓다는 설사 상이 조금 있다고 하더라도 반복해서 보시선행 공덕을 쌓으면 복덕이 쌓이게 되고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인연을 맺게 된다고 말한다.

복덕을 쌓아 천상에 태어나려면 유주상보시라도 꾸준히 해야한다.

 

베푸는 자신의 마음에 어떻게 상이 만들어지는지 깨어서 잘 알아차리면서 유주상보시라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원래 내 것은 없다'는 무아식 입장과 '가진게 없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는 것이 무소유'라는 무주상보시의 참다운 가치를 체득하게 된다.

 

채움과 비움이 자유로울 때 해탈과 행복의 문은 지금 여기에서 바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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