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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도/입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읽는다

다림영 2023. 4.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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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주희가 [훈학재규]에서 말했다.

독서에는 삼도가 있다. 심도心到와 안도眼到, 구도口到를 말한다.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눈은 자세히 보지 못한다. 마음과 눈이 한곳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저 되는대로 외워 읽는것이라 결단코 기억할 수가 없고 기억한다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삼도 중에서도 심도가 가장 급하다. 마음이 이미 이르렀다면 눈과 입이 어찌 이르지 않겠는가?

 

이른바 '독서삼도讀書三到'의 이야기다. 비중으로 따져 심도를 앞세우고 안도와 구도의 차례를 보였다. 안도는 눈으로 읽는 목독目讀이다. 구도는 소리를 내서 가락을 타며 읽는 성독聲讀이다. 심도는 마음으로 꼭꼭새겨서 읽는 정독精讀이다. 눈으로만 읽으면 책을 덮고 남는 것이 없다. 입으로 읽는 것이 좋지만, 건성으로 읽으면 소리를 타고 생각이 다 달아난다.

 

손으로 베껴스며 읽는 수도手到를 하나쯤 더 꼽고 싶은데, 목도든 구도든 수도든 모두 심도에 가닿지 못하면 헛읽은 것이다. 주희의 독서법을 한 단락 더 소개한다.

 

단정하게 바로 앉아 마치 성현을 마주한 듯한다면 마음이 안정되어 의리가 쉽게 들어온다. 많이 읽기를 욕심내거나 폭을 넓히기에만 힘을 쏟아 대충대충 보아 넘기고는 이미 알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곳이 있으면 다시 사색하고, 사색해도 통하지 않으면 바로 작은 공책에다 날마다 베껴 기록해두고, 틈나면 살펴보고 물어봐야지, 까닭없이 들락거려서는 안 된다. 뜻없는 대화는 줄여야 하니 시간을 낭비할 까 걱정된다. 잡서는 보지 말아야 하니, 정력이 분산될까 싶어서이다. 

 

목표를 세워 읽는 다독多讀과, 닥치는 대로 두서없이 읽는 남독濫讀은 자기만족이야 있겠지만 소화불량이 되기 쉽다. 

 

 책 [습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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