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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구십半於九十/100리길에서는 90리가 절반이다

다림영 2023. 4. 2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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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때 안진경의 [쟁좌위첩]은 정양왕 곽영의에게 보낸 글의 초고다.  행서의 絶品으로 꼽는다. 조정의 연회에서 백관들이 자리 문제로 다투는 일을 간쟁했다. 곽영의는 환관 어조은에게 아첨하려고 그의 자리를 상서의 앞에 배치하려 했다.

 

안진경은 붓을 들어 곽영의의 이런 행동을 준절히 나무라며 청주확금淸晝攫金,즉 벌건 대낮에 황금을 낚아채는 처신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중 한 대목이다. 

 

가득차도 넘치지 않는 것이 부富를 길이 지키는 까닭이요, 높지만 위태롭지 않음이 귀함을 길이 지키는 까닭입니다. 어찌 경계하여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서경]에는 '네가 뽐내지 않으면 천하가 너와 더불어 다투지 않는다'고 하였지요. 이 때문에 100리길을 가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여긴다고 했던 것이니, 만년과 마무리가 어려움을 말한 것입니다. 

 

'100리길을 가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친다." 이 말은 원래 [전국책].<진책>에 나온다. 진무왕이 이웃나라와의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며 교만한 기색을 보이자 이를 경계하여 한 말이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해 '시작이 반'이라고들 하나. 100리의 절반은 50리가 아닌 90리 지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금세 뜻대로 잘될 것 같아도, 세상일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근거없는 낙관과 자만에 취해 있다보면 작은 일에서 삐긋하고 예상치 않은 데에 발목이 붙들려 결국 큰일을 그르치고 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야만 일을 잘 마칠수가 있다. 

 

그러자면 90리를 오고서도 이제 겨우 절반을 왔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경] <탕지습>에서 "모두 처음은 있었지만 능히 끝이 있기는 드물었다"고 말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 됐다 싶을때 더욱 살펴야 한다. 

 

책 [습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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