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책추천] 나이드는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다림영 2022. 9. 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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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는데도 예의가 필요하다/고광애/바다출판사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말버릇 세가지.

첫번째, 잘익은 과일 고르듯이 지난 일중에 좋은얘기만 하는것, 노인의 자랑질에는 사람들은 멀미를일으킨다.

두번째, 이미 얘기한 것을 잊어버리고 한얘기 또하고 또 하는 말버릇,

세번째, 자기이야기만 하는것. 알고 지내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재방송해줄 필요가 없다. p114

 

"돈 모으기 보다 사람가꾸기를 해야 한다. 우선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화초를 가꾸고 키우듯이 내 앞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정성스레 가꾸고 키우는일이다. 또 그런다고 하루아침에 친해지지도 않는다. 내 옆에 있는사람들부터  기꾸기. 그중에 소원해져서 뜨악해진 사람들과의 관계회복을 꾀해보는 거다. 세상에 하기 어려운일이 많고 많지만, 그중에 어려운 일이 남을 용서하는 일일거다.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일일거다. 그런 용서가 얼마나 어려우면모든 종교에서 용서를 해야 한다고 거듭해서 권하고 있나"p175

 

"내차례는 언제인가? 오늘일까. 내일일까? 내년인가, 후년인가? 줄서기 중에도 참으로 고약한 줄서기다. 일생 잘도 피해 오던 줄서기를 지금 나는 꼼짝없이 , 그것도 하염없이 서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지루한 그리고 슬픈(?) 줄서기를 해야 할 처지다.

본능적인 보호본능의 발로였던가? 나는 일찍이 그러니까 20년도 넘게 소위 죽음 공부를 해 왔다. 이제는 이것들을 현실에서 써먹을 시기가 왔다. 자꾸 미적거리려는 게으름을 떨쳐 버리고 그동안 배우고 연마했던 그것들을 꺼내 놓고 써먹어 봐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우선 요즘 유행어처럼 돼 버린 "메멘토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냥 피상적으로 알던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죽음을 그것도 나의 죽음을 끄집어내어 체감하고 육화(肉化)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러고 나니까, 모든 게 너무 당연해서 눈길 한 번 안주던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감사하고 신기하고 아름다워졌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는 그 당연한 것도 고마워하게 됐다. 아침에 눈떠서 하루를 온전한 몸으로 시작하는 그 당연한 것을 고마워하다 보니, 아~모든게 감사해 졌다. 특별히 어김없이 제 할일들을 때맞춰 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전율하고 있는 나 이제 소위 철들기의 시초인가 보다. 나이 80이 낼모레에.

 

  일찍이 시몬느 보봐르는 죽음을 괴로운 것의 부재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타인의 부재를 두고 왈가왈부했었다.  지금은 나의 부재를 응시할 때다. 그러고 보니, 부재란 진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흔적이다. 그러니까 부재란 또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요즘은 내 부재가 지나가고 남아 있을 흔적들을 다듬느라 바쁘다. 요즘 나는  "늘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남들이 그나이에 뭐가 그리 바쁜가 하고 의아해 하건 말건 나는 바쁘다 , 바빠!"p220

 

 

"그러고 보면 , 오늘의 내 모습과 내게서 풍기는 그 어떤 것은 젊어서부터 꾸준히 그려서 쌓아 놓은 밑그림들이 바탕이 되었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빠질 수 없는 것이 내 정신에 내 맘에 등잔불이 꺼지지 않도록 시시로 기름 부어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한 그 무엇이 받쳐 주었을 때야 노년의 얼굴과 인품이 제 구실을 하더라는 사실이다. 그제서야 감히 내 얼굴에 책임을 졌다는 소리를 할 수 있겠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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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으로만 보이지 않는 요즘 앞으로의 내모습이려니 생각하니 하루가 무겁기도 하다.  어떠한 노인을 보면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지 하지만 그분 또한 그런삶을 젊을때 꿈에도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이 어디 뜻대로 될까 ,  보기 좋은 모습으로 나이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부해야 할 것이 참 많기도 하다. 

 글자가  크게 나온 책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 알게 되었다. 참... 

 이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팔십을 훌쩍 넘은 친정엄마가 빌려달라고 했고  세상에 하루만에 다 읽으셨다. 난 눈이 시리고 해서 들여다 보다가 접었다가 했는데 말이다. 어쩌면 약간의 치매가 시작된 친정엄마보다도 건강은 내가 더 않좋은 것 같다. 

  매일마다 엄마가 더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근심속에서 하루가 진다.  오늘도 오래전 당신의 기억속에 환했던 풍경들을 몇번이나 반복하시며처음 한얘기인듯 좋아라 하신다. 저모습이 내모습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다.

정말 잘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매일마다 든다. 마음 내려놓는일이야 늘 하는 것이고 말한마디 행동 한가지 .. 

앞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배움을 얻고 익히며  순하고 선하게 하루를 열고 접어야 하겠다. 평범한 일상이 이어진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지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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