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특히 이것은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복조리가 아니냐? 기쁘게 주고받도록 하는 게 파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지킬 바가 아니겠느냐는 식의 빤한 잔소리였다.
실은 그런 말을 하는 동안은 내 설교가 얼마나 돼먹지 ㅇ낳은 소리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걸 안 건 그 소리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걸 느기고 나서였다. 소년은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 어디 개가 짖느냐는 식의 귀찮고 권태로운 얼굴로 천 원짜리 한 장으로 허리를 두른 천 원짜리 넉 장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장난을 치고 서 있었다. 나는 곧 입 다물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와 만 원짜리를 꺼내가지고 나갔다. 오천 원짜리도 있었지만 소년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그 애가 준비한 거스름돈에 맞춰야 할 것 같아서였다.나는 소년에게 질렸을 뿐 아니라 아부가지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그 조리만 보면 내 돼먹지 않은 설교가 그 안에서 새어나가지도 못하고 고여 있는 것 같아 치워버리고 말았다. 소년이 말대답을 안 하고 간 것만 고마워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만일 소년이 여보슈 우리가 한탕주의를 누구한테 배운 줄 아슈하고 대들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기도 하다. 차라리 소년이 아무것도 안 들었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내가 쓴 언어는 권선징악적인 동화와 위인전과 순정소설을 읽으면서 자란 세대에나 써먹을 언어이지, 키보드를 두드리며 전자게임을 즐기면서 자란 세대한테는 어림도 없는 수작이라는 개달음이 정초부터 나를 우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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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노릇을 한다는 것, 사람노릇을 하며 산다는것, 쉬운일이기도 하지만 그 노릇을 하며 지내는 어른은 , 사람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내 아이가 아니라도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꾸짖어 바른길을 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나 또한 길에 침을 뱉고 지나는 청소년 , 과자봉지를 주저없이 아무데나 버리는 아이들에게 지적을 잘 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은 어른이면서 어른노릇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선생님이 벌을 주었다고 야단을 쳤다고 대드는 학생들이 있는 세상이다. 집에서부터 귀한자식 때로 엄하게 키워 사람노릇을 하는 어른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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