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이종묵/김영사

다림영 2011. 5. 1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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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묵 :

서울대졸업 2009년 제 2회 우호학술상 한국문화부문상 수상

저서<해동강서시파 연구><한국한시의 전총과 문예미>< 우리한시를 읽다>등

 

본문 중에서

부귀함도 한가함도 절로 이르는 것

 

부귀한 사람은 절로 부귀를 누리지만, 부귀하고자 하는 사람이 반드시 부귀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가한 사람은 절로 한가함을 누리지만, 한가하고자 하는 사람이 반드시 한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로서 부귀함과 한가함은 모두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지 힘써 구하거나 계획을 세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내 성품이 평소 편벽되고 고집스러우며, 사람이 많고 소란스러운 데는 좋아하지 않는다. 일찍이 문을 닫고 꼼짝 않고 있으면서 심신을 수양하려 하였지만 그럴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하였다. 그래도 뜻은 이와 같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근래 서울을 들르는 길에 동서인 취헌공翠軒公 이명필李明弼의 셋집에 기숙하게 되었다. 집 곁의 뜰에 땅이 조금 있어 소나무와 대나무를 수북하게 심어놓고 온갖 꽃들로 둘러놓았으니, 그윽하여 호복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가운데 초가로 된 정자를 하나 두었는데 이 또한 깔끔하고 한적하였다. 도성 안 시장 바닥의 시끄러운 분위기와는 아주 달랐다.

 

하루는 취한공이 이른 시간에 문을 나선 후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 이에 나는 정자와 뜰을 소제하고 책을 옮겨놓았다. 지팡이를 짚고 소리를 연구하기도 하고, 붓을 들어 비단에 글시를 쓰기도 하였다. 시를 읊조리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하되 앉고 눕는 것은 예법에 어긋남이 없게 하였다. 정신이 조물주와 더불어 노닐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이에 나는 기븐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얻은 듯한 느낌이 들어 문득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허망한 인생에 하루의 한가함이라 한 것이 아니겠는가? 예전에 계획했던 일을 오늘에야 우연히 이루게 되었구나. 문을 닫아 걸고 정신을 수양한다는 것이 그저 이와 같을 뿐이구나." 이윽고 다시 이렇게 탄식하였다.

 

..

 

지위가 높고 녹봉이 많으면 마음을 갉아먹기에 족할 뿐, 강과 산과 바람과 달을 취하여 즐길 겨를이 없다. 이 때문에 부귀한 사람은 한가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지 않은 적이 없지만 비록 한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한가함을 얻은 사람이 없는 법이다. 이또한 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부귀함이라는 것이 한가함보다 나은 것이 있어서 그러한 것이겠는가?

 

그러나 고금의 역사를 두루 살펴보면 부귀한 사람은 늘 많고 한가한 사람은 늘 적었다. 그렇다면 저절로 한가함을 얻게 되는 것이 또한 저절로 부귀해지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내 오늘의 한갛함과 같은 것은 저절로 얻은 것이라 하겠지만, 두 공이 오늘의 한가함을 얻지 못한 것 또한 저절로 오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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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양반인 세상이다.

그러나 예전 선비정신의 맑음을 지닌 부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들떠 이곳저곳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위세를 떨지만 좋아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돈이 없기
때문일까..

진솔하게 진정한 모습으로 한자리에 앉아서도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마음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기가 일쑤인 친구를 본다. 돈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언젠가 회상하며 후회를 하는 날이 올지...

오랜시절 선비들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을 본다. 모쪼록 큰 욕심없이 가난해도 가난을 모르며 환한 모습으로 생을 호젓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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