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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계획

다림영 2010. 7. 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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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선하다. 그 때 나는 중학교 일학년이었고 내 밑으로는 남동생만 줄줄이 네명이나 있었다. 엄마는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했다. 여유 돈이 한푼도  없다고 했고 3개월이나 배웠으니 그만하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음악에 약간의 재능도 있었다. 만약 그때 힘들어도 부모님이 나를 밀어주었다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언젠가 친정엄마에게 그때의 얘기를 꺼낸적이 있었다. 대학에 보내주지, 피아노를 더 시켜주지 왜 돈이 없다고 다 잘라버린거냐고 물으면 엄마는 말한다. "네가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어떤짓을 해서라도 너는 이루었을 것이다. 가난한집 아이들이 훌륭하게 된 것을 많이 보았다.집이 가난했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문제였던 것이다" 라고 엄마는 말씀하신다.

그말씀이 맞다. 정말 뚜렷한 목표가 있고 내게 미래에 대한 욕심이 컸다면 나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학교엘 갔을 것이고 피아노도 계속 배웠을 것이다.

 

 

 

군대에 간 큰녀석이 휴가를 나왔을 때이다. 모두모여 저녁을 하며 아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때 녀석이 내게 한다는 말이 내가 친정엄마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가 조금더 강력하게 자기자신을 밀어주었다면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이러는 것이다. 이럴수가...

 

 

 녀석이 어릴때 남편의 사업은 꽤 괜찮았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더 배우게 해주고 싶어서 별것을 다 시켰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기라고는 도무지 없는 녀석은 고비마다 그만두겠다고 했고 싫다고 했고 도망다녔던 것이다. 제아무리 말에게 물을 먹이려고 물가에 데려다 놓아도 녀석이 물을 안먹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가.

 

 

녀석이 한말 중에 가슴을 치고 들어온  한마디가 있다.  '때려서라도 무엇이든 끝까지 배우게 했어야지' 라고 하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우리집 그누구보다도 혜택을 받은 녀석이었다. 이제 대학3학년, 이런저런 앞날에 대한 걱정들이 밀려들 것이다.  듣는 얘기도 있을 것이고 저는 무언가 마냥 부족하고 저보다 잘난녀석들이 많을 것이고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들은 것이다.  군에 다녀와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라고 얘기했지만 마음이 도무지 편치 않았다.

 

 

 

 요즘엔 부모가 밀어준 만큼 성공한다고 한다. 신문에서도 부모의 학벌과 수입에 아이들의 성적과 모든것이 비례한다는 조사가 있었지만  나는 그러한 것을  정말 믿고 싶지 않다. 어떠한 여건에서도  확고한 의지와 믿음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언젠가  들어놓은 보험을 모두 해약해야 했던  힘들던 때가 있었다.  막내와 둘째녀석에게 이제 우리집 형편이 나빠져서 피아노를 끊어야 하겠다 했더니 집안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아이들이 나를 닮았는지 피아노를 너무 좋아했고 선생님과 정도 들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눈물을 보니 그 옛날 나의 중학교 1학년 때가 떠올랐다.

 

 

고민을 했지만 나또한 그 오래 전 친정엄마처럼 생활이 우선이었다.  선생님께 피아노를 쉬어야 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좋아하니 끊지말고 나중에 여유가 되면 강습비를 달라고 하시는 것이다. 선생님의 배려로 일년동안 피아노 강습비를 미룰수 있었고  아이들은 계속 피아노를 칠 수 있었고 지금은 꽤 실력이 늘어 둘째는 편곡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가끔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디에 간다거나 무엇을 하여 돈을 낼일이 있으면 저희들 스스로 결정을 해 버리는 때가 있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이라도 돈이 많이 들어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나중에 내게 전하는 것이다.  그때 나는 정색을 하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부모의 아이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며 경험을 쌓으며  하고싶은 것들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이루고 싶은 꿈에게로 가는 길에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숨이 턱턱 막히는 수많은 복병들에 휩싸여 온전히 걸어갈 수 없게 되기도 할 것이다.

 

 

여름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온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고 있었다.  방학계획서를 세우라하니 종일 나는 인터넷을 찾아보며 헤매고 있다. 어쩌면 선생님은 고등학교 이학년이니 성적을 올릴 방법의 계획서를 세우라는 것이리라.   다만 얼마라도 점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학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침일찍 나가 밤 늦게 돌아오는 학교생활에 지친 아이에게 공부를  잠시 접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하고 싶다.  그런것은 어쩌면 돈이 많이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대한 나는 이번 여름방학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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