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젊은 노인

다림영 2010. 8. 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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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아침운동을 그만둘까 하다가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섰다. 늘 가던곳을 두고 개천가를 거닐기로 했다. 그 빗속에도 맨몸으로 자전거 타는 이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걷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저마다의 건강을 위해 궂은날씨도 마다하고 최선을 다한다.

 

 

빗속을 걸을때는 몸의 운동도 운동이지만 그보다 마음속에 파묻혔던 감성들이 깨어나고 비를 맞는 나뭇잎처럼 내 자신이 싱그러워짐을 느낀다.  복잡한 세상사는 잊혀지고 다만 우산을 들고 길을 걸으며 자연속의 한 나무처럼 고요해지는 순간을 나는 즐긴다.

 

활기찬 냇물소리와 그곳에서 가만히 서서 어딘가를 보는 흰새들 그리고 질주하는 자전거족... 보는것만으로도 환기가 되니 몸은 마음을 따라 환한 기운이 깃드는 것이다.

 

 

 

 

 

어느만큼 걸었을까 긴 바지를 다부지게 걷어올린 백발의 노인이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가 전화통화를 하는 줄 알았고 참 좋은 일이 있으신가 보다 했고 아침부터 저렇게 웃을일이 있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옆을 지나는 또 다른 젊은노인이 자꾸만 그를 바라보는 것을 보니 그것은 어느나라에서 매일 아침 일정시간을 한다는 그 웃음운동이었던 것이다. 처음보는 사람은 별 이상한 사람다보겠네 하고 지나갈터이지만 나는 백발의 노인이 멋지게 보여 그를 주시하며 걸었다.

 

 

그는 '하하하하'를 몇번씩  거듭하더니 그 뒤 가곡을 부른다. 누가 보건 말건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족히 칠십중반은 되어 보였다. 그러나 그의 모습에서는 노인의 모습이라고는 백발이 전부였고 늙은사람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젊게 건강하고 멋지게  살겠다는 굳은 의지가 검고 단단한 종아리에 씌여있는듯 보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말을 많이 쓴다. 백발노인의 나이는 정신없이 세상에 휘둘리며 술을 먹고 흥청거리며 사는 어느 젊은이의 나이를 훨씬 앞지르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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