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이 가파르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숨이 차오르고 땀이 솟는다. 아침일찍 아이들을 보내고 서둘러 뒷산에 오른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까지는 쉬기를 몇번이나 반복한다.
매일아침 1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산에 다녀온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기분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 오롯이 혼자 숲길을 걷다 보면 고달픈 일들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알수 없는 기운들이 내게로 스며드는 것이다. 일주일중 하루정도를 제하고는 꼬박 산에 오른다. 그것은 나의 각별한 질서인 것이다.
가파른 산을 오르다 보면 문득 편안한 길로 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구슬땀을 훔치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순간 높은 정상에 서게되고 편안한 내리막을 만날 수 있다. 그러한 순간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 지는 나를 느끼며 환한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다. 높은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 볼 때는 일기를 쓸때처럼 나는 깊어지게 되고 잘못생각하고 잘못행동하던 모든 일들을 돌아보게 되고 마음을 깨끗이 비우게 되고 그 누구보다도 큰 부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인생은 산행을 닮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 하기에 오늘도 묵묵히 모든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며 나를 위로한다. 참 신기한 일은 늘 힘겨운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힘든 일이 주어지면 며칠 후 즐거운 일로 복귀가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있다. 더위에 지치고 세상 경기에 흔들리며 이 시간이면 집에 돌아갈 한 줄 작은 점선만 남고 모두 빠져나가버린다. 마치 충전지가 다 되어 세상과 두절 되는 시간에 임박한 핸드폰 같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우울해 하지 않는다.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면 나는 다시 싱그러운 6월의 깊은 숲속을 거닐며 발끝에서부터 머리 끝까지 녹색점선가득 불이켜지며 충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젊은 힘으로 새로운 하루를 거뜬하게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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