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산에는 꽃이피네

다림영 2009. 11.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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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닫고 옹졸하게 산다면 그만큼 비좁아지고 옹색해진다. 마음을 활짝열고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사랑한다면 그만큼 자기 자신이 선한 깅툰으로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면 내 자신이 기뻐지고 , 누군가를 언짢게게 하거나 괴롭히면 내 자신이 괴로워진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메아리이다. 마음의 뿌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다.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청빈의 덕이 자란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경제적인 결핍 때문이 아니다. 따뜻한 가슴이 없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마하트마간디는 이런말을 하고 있다.

'이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환경학자들은 21세기까지 이 지구가 이대로 존속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염려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우리 시대에 와서 너무도 탐욕스럽게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전에 비해 얼마나 풍요롭게 살고 있는가. 그러면서도 안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궁핍한가. 이삼십 년 전 우리는 연탄 몇 장만 들여 놓아도 , 쌀 몇 되만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었다.  삶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고 살면서도 그러한 행복을 누릴 수가 없다. 그것은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가릴 줄 모르기 때문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옛말에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다. 이 ㅁ라은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앞으로 충만해지는 일은 밖으로 부자가 되는 일에 못지 않게 인생의 중요한 몫이다. 인간은 안으로 충만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아무 잡념 없이 기도를 올릴 때 자연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때는 삶의 고민 같은 것이 끼어들지 않는다. 내 마음이 넉넉하고 충만하기 때문이다.

 

 

2세기 남쪽 인도에 살았던 대승불교학자인 용수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문맥으로 볼때  아마도 그 친구가 부자엿는데 도둑을 맞았던 것이다.

 

 

'그대가 항상 만족해 있다면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도둑 맞는다 할지라도 그대는 스스로 부자로 여기리라.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른다면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그대는 그 돈과 재산의 노예일 뿐이다.'

 

 

만족할 줄 안다면 내면으로 풍성하기 때문에 설령 내 재산을 도둑 맞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부자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만족할 줄 모르면 그 돈과 재산의 노예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이것이 현대인들의 공통된 병이다. 그래서 늘 목이 마른 상태이다. 겉으로는 번쩍 거리고 잘 사는 것 같아도 정신적으로는 초라하고 궁핍하다.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을 잃어 버렸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에 있다. 나는 향기로운 차 한 잔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 내 삶의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산길을 지나다가 무심히 피어있는 한 송이 제비꽃 앞에서도 얼마든지 나는 행복할 수 있다. 그 꽃을 통해서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다

 

 

또 다정한 친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전화 한 통화를 통해서도 나는 행복해진다. 행복은 이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한 데 있는 것이지 크고 많은 데 있지 않다.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서 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 한다.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 필요는 생활의 기본조건이다. 하나가 필요할 대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내가 흔히 드는 비유가 있다. 한때 나는 괴팍해서 글을 쓸 때 꼭 만년필을 고집한 적이 있었다. 만년필도 보통만년필이 아니고 촉이 아주 가는 것만을 썼다. 그래야 내가 가진 투명한 감성을 그대로 표현할 것 같아서였다.

 

 

한번은 동경대학에 유학중인 스님이 문구점에 가서 내가 좋아한다고  촉이 가는 만년필을 하나 사준 적이 있다. 나는 아주 고맙게 여기고 그걸로 글을 많이 썼다. 그런데 파리에 갔더니 그곳에 똑같은 만년필이 잔뜩 있었다. 그래서 촉이 가는 만년필을 하나 더 사왔다.

 

 

그랬더니 그날부터 내가 처음 가졌던 그 필구에 댄한 살뜰함과 고마움이 사라졌다. 나는 결국 나중에 산것을 아는 스님에게 줘 버렸다. 그러자 비로소 처음의 그 소중한 감정이 회복되는 것이었다. 하나가 필요할 대는 그 하나만을 가져야 한다.

 

 

물건에 집착하면 그 물건이 인간 존재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된다. 그것은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비싼 물건을 사다 놓고 좋아하다가 그것이 깨지거나 사라졌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면 큰일이 난 것처럼 소란을 피운다.

 

 

물건은 도구이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생활 도구이다. 생활 도구로 쓰지 않고 물건을 반닫이 위나 어디에 모셔 놓으면 그건 도구가 아니다.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서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고 적은것으로써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청빈의 덕을 샇으려면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가끔 인터뷰할 때 '스님의 소원은 뭡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 개인적인 소원은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집의 부엌 벽에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라고 낙서를 해놓았다. 단순함과 간소함이 곧 본질적인 세계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다 덜어내고 꼭 있어야 할 것과 있어야 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어떤 결정체 같은 것, 그것이 단순과 간소이다.

 

 

꼭 있어야 되는 것만으로만 이루어진, 복잡한 것을 다 소화 하고 난 다음의 어떤 궁극적인 경지이다.

 

 

단순함이란 그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ㅍ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텅빈 공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비워야 그 안에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것을 포기 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하늘나라이다. 텅비어 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마음이 충만한 사람은 행복하다.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남보다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생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청빈의 화신이다. 또 진정으로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이다.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생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삶을 살 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모자람이 아니고 충만이다.

 

 

욕심은 부릴 게 아니라 버릴 것이다. 버림으로써 영혼이 빛을 발한다. 내가 이렇게 가난을 강조하는 것은 궁상떨면서 살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넘치는 것만 바라기 때문에 제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우리의 삶을 객관적으로 옛거울에 다시금 비추 보자는 것이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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