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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10

천사는 과연 있는가 /나태주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천사가 되어 자기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천사. 소리없이 나타나 자취없이 도와주는 그 어떤 신비한 인격체를 말한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에 많이 나오고 종교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과연 천사는 있는가. 과연 천사는 누구인가.  천사의 속성을 생각해 본다. 우선 천사는 선량하다. 남을 도와준다. 자기를 희생한다. 부드럽다. 가볍다. 오래참는다. 기다린다. 새하얐다. 목소리가 상냥하고 예쁜다. 나지막하다. 날개가 달렸다.  자기를 내려 놓는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것이 사람들이 원하는 천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누가 천사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 대상이 쉽게 ..

손 /계용묵

.. .. 종이에 손을 베었다. 보던 책을 접어서 책꽂이 위에 던진다는 게 책꽂이 뒤로 넘어가는 것 같아, 넘어가기 전에 그것을 붙잡으려고 저도 모르게 냅다 나가는 손이, 그만 책꽂이 위에 널려져 있던 원고지 조각의 가장 자리에 힘껏 부딪쳐 스치었던 모양이다. 섬뜩하기에 보니 장손 가락의 둘째 마디 위에 새빨간 피가 비죽이 스며 나온다. 알알하고 아프다. 마음과 같이 아프다.차라리 칼에 베었던들 그리고 상처가 좀더 크게 났던들, 마음조차야 이렇게 피를 보는 듯이 아프지는않을 것이다. 나는 칼 장난을 좋아해서 가끔 손을 벤다. 내가 살아오는 사십년 가까운 동안 칼로 손을 베어보기 무릇 기백 회는 넘었으리라 짐작하낟. 그러나 그때 그때마다 그 상처의 아픔을 느겼을 뿐 마음의 동요를 받아본적은 없다. 그러던 ..

욕심이 아닌 척 하는 욕심

.. .. .옷매무새를 정갈히 하고 경건한 표정을 짓는다. 두 손을 가슴앞으로 가져간다. 양손바닥을 밀착시킨다. 공기 한 톨 들어갈 수 없게 밀착시킨다. 손에 쥔 것이, 또 쥐려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신에게 10초이상 보여드린다. 욕심 다 비웠음을 확인시켜드린 후, 욕심이 아닌 척하는 욕심하나 털어 놓는다. 내 눈에 비친 기도하는 모습이다. 가장 경건한 태도로 양껏 욕심을 털어놓는, 꽤 우스광스러운 행위가 기도다. 사람들은 어려운 부탁일 수록 더 많은 애교와 더 많은 아양을 동원한다. 그런데 기도엔 애교도 아양도 없다. 오로지 성스러운 표정하나로 승부한다. 우습다. 그렇다고 남의 기도에 킥킥 웃음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정도 에티켓은 갖추고 있을 거라 믿는다. 기도는 드릴 것 드리고 받을 것 받는 ..

김세환수필 ㅣ오늘의 좋은글 ㅣ따뜻한 이야기 ㅣ공감글

... .. .. .. . .. .. 그는 가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따뜻한 목소리가 좋다. 그와 함께 노래를 하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그가 부른 팝송을 요즘에도 가끔 듣고는 한다. 그가 따뜻한 모습의 얼굴인 것은 작은실패들이 그를 성장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수필을 만나고 예전 글씨기에 몰입하던 나를 생각하며 수필은 이렇게 써야 함을.. 잔잔한 감동과 함께.. .. ..

이토록 이타적인 사물, 보자기

.. .. .. 모든 보자기엔 비밀이 숨어 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당장엔 알수 없다. 무명의 평범한 보자기건, 색색의 비단으로 만든 보자기건,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낸 값싼 보자기건 상관없다. 모든 보자기는 알맹이를 숨기고 , 감싸며,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 임무를 가지고 태어난다. 보자기로 싼 한 꾸러미의 세계가 눈앞에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자. 알맹이를 '짐작'하며 , 천천히 보자기의 매듭을 끌러보기 전에는 보자기 안의 세계를 알 수 없다. 보자기는 알맹이가 입은 최후의 보루, 불투명하고 단정한 옷, 안의 세계와 바깥 세계를 만나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문'이다. 펼치고,덮고, 싸매고, 숨기고, 담고, 나르고,보관하고, 기다리고, 전하는 일로 보자기는 생을 보낸다. 무용한 보자기는 없..

웃음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올라간 입꼬리는 인위적으로 충분히 만들수 있다. 그러나 눈은 웃지 않는데 입매만 웃고 있는 걸 두고 하는 말이 있다. 미국항공기 여승무원들의 억지 미소에서 이름을 딴 '팬아메리카 미소'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있다. 입이 웃다보면 마음이 열리고 눈까지 차차 웃게 된다는 것이다. 배우 이병헌도 자신의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서 치아 여덟개가 보이도록 환하게 웃는다고 한다. 치아 여섯개로는 안 되니 꼭 여덟 개 이상 보이도록 웃는 연습을 했단다. 처음엔 입만 웃고 눈이 웃지 못햇는데 점점 노력하다 보니 눈이 웃고 마음까지 웃게 됐단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어메이징하다. 눈가에 활짝 주름이 잡히면서 입이 귀에 가까이 가도록 활짝 웃는 웃믕, 눈빛이 탱글탱글 살아 있는 생기 있는 웃음, 보..

괴로움에서 벗어난 뒤 -앙드레 지드

.. .. 차이差異를 키운다는 것.... 무엇을 오해했는지 게노는 이에 대해 나를 비난하고 있다. 그 외의 것을 키울 필요는 없다. 언제나 발견되기 대문이다. 그러나 희귀한 것, 예외적인 것, 유일한 것, 만약 이러한 것이 사라진다면 이는 모든 인간에게 얼마나 큰 손실이겠는가! 물론 특성이 위장되었거나 인위적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문제가 안 된다. 모조품이란 아무런 소용도 없다. 그러나 인간의 형상은 항상 풍부하게 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를 축소하려고 꾀하즌 자 있으면 화禍있어라!혹은 단순히 윤곽을 제한코자 하는 자에게도! 한 번 존재한 것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모든 훌륭한 변칙은 전체의 공통적인 수준에 삼켜질 위험에서 지켜지고 보호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변칙은 모든 것으로부터 적대시되고, 우선 여론..

마음의 주인 ㅣ 이기주

현실은 선명하고 꿈은 흐리멍텅하고- 잉글랜드 프로 축구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선수의 골 장면을 유투브를 통해 감상할 때가 있다. 시청이 아리라 감상이란 단어를 슨 이유는 다른 선수들은 사냥감을 쫓는 포식자처럼 사납게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는 데 비해 손흥민 선수만은 축구공으로 하는 우아한 공연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골 영상을 볼 때마다 경탄하곤 한다. 어느 정도 재능이야 타고났을 테지만, 얼마나 많이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기에 저런 경지에 이르렀을 까! 실은 나도 운동선수를 꿈꾼적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야구를 했엇다. 당시에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강속구투수를 꿈구며 구슬땀을 흘렸다, 라고 말하면 그건 어린 시절을 너무 미화하는 것 같고, 실제 실..

등불 -코를렌코 korlenko ,러시아

언젠가 아주 오랜 옛날, 어두운 가을 저녁에 나는 배를 타고 침울한 시베리아의 강을 지난 일이 있었다. 갑자기 저 앞에 툭 튀어나온 시커먼 산기슭에서 조그만 등불이 반짝했다. 등불은 강하게, 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빛나고 있었다. "아아, 고마워라!" 그는 기뻐서 말했다. "숙소가 가까웠나 봅니다." 사공은 머리를 돌려 어깨 너머로 등불을 바라보더니 묵묵히 노를 저어갔다. "아직 멀었습니다." 나는 사공의 말을 믿지 않았다. 등불은 어둠 속에서 저 앞에 나타나 저렇게 서 있지 않은가. 그러나 사공의 말은 옳았다. 실제로 등불은 멀리 있었던 것이다. 어둠을 뚫고 저렇게 가까이 다가와 반짝이며 기대를 갖게 하고 사람을 자기곁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이 모두 다 밤에 비치는 이 등불의 속성인 것이다. 다시 세 번..

흐르는 강물처럼/파올로 코엘료/문학동네

할머니가 편지쓰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이 문득 물었다. "할머니, 우리 이야기를 쓰고 계신거예요? 혹시 저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할머니는 쓰던 손길을 멈추고 손자에게 대답했다. "그래 너에 대한 이야기지,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스고 있는 이 연필이란다. 이 할머니는 네가 커서 이 연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소년은 의아햔 표정으로 연필을 주시했지만 특별히 눈에 뜨는 점은 없었다. "하지만 늘 보던 거랑 다를게 하나도 없는데요!" "그건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문제란다. 연필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수 있을 게야. 첫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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