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마음의 주인 ㅣ 이기주

다림영 2024. 3. 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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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선명하고 꿈은 흐리멍텅하고-

잉글랜드 프로 축구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선수의 골 장면을 유투브를 통해 감상할 때가 있다. 

시청이 아리라 감상이란 단어를 슨 이유는 다른 선수들은 사냥감을 쫓는 포식자처럼 사납게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는 데 비해 손흥민 선수만은 축구공으로 하는 우아한 공연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골 영상을 볼 때마다 경탄하곤 한다. 어느 정도 재능이야 타고났을 테지만, 얼마나 많이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기에 저런 경지에 이르렀을 까!

 

실은 나도 운동선수를 꿈꾼적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야구를 했엇다. 당시에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강속구투수를 꿈구며 구슬땀을 흘렸다, 라고 말하면 그건 어린 시절을 너무 미화하는 것 같고, 실제 실력은 형편없았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날이었다. 야구부 코치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 나왔다. 

"기주야 앞으로도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니? 원래 꿈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라는 것이 존재하잖아, 그러니까 이쯤에서..."

 

순간 마음 속으로는 '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입니까? 제 꿈을 이런식으로 짓밟아도 되는 겁니까?'

라고 생각했으나, 나 말고도 코치와의 면담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았기 대문에 "우선 어머니와 상의해볼게요" 라고 짧게 답한 뒤돌아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집으로 향했다,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고 꿈을 포기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실력이 보잘 것없었기 때문이다. 

 

꿈을 뜻하는 한자 몽夢의 갑골문이 흥미롭다. 침대에 누워서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꿈 외에도 '어두운', '흐리멍덩한' 등의 의미를 지닌다. 꿈의 본질이 그렇다. 본래 꿈은 흐리고 어두워서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다. 

 

현실만큼 선명하지 않다. 그 밝기와 선명함이 크게 차이가 나는 탓에 둘 사이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할 수 박에 없다. 

꿈을 꾸는 상태를 가리키는 '꿈꾸다'라는 동사는 붙여쓰지만 '꿈 깨다'라고 적을 땐 '꿈' 과 '깨다' 사이를 띄어서 쓰는 것도 , 이와 아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

 

완벽함보다는 편안함-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팔지를 만들기 위해 근으로 구슬을 꿸 때, 일부러 다른 모양의 구슬과 흠이 잇는 구슬을 중간중간에 끼워 넣는다고 한다. 구슬이 모두 똑같으면 모양새는 완벽할지 몰라도 편안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때때로 타인의 편안함에 매료된다. 대부분 사람은 모든 면이 완벽한 타인보다 약간 빈틈이 있고 종종 실수도 저지르는 타인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불완전한 대상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모든 장애물을 다 뛰어넘을 필요는 없다-

산이 인간에게 내려준 유일한 처방이라는 잠에 파묻혀 지친 마음을 끌어안고 밤을 보내고 나면, 매일 아침 우리 앞에 새로운 장애물이 세워지낟.

우린 그걸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발을 굴러 허공으로 뛰어오른다. 몸을 솟구쳐 팔을 휘저으며 크고 작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순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날마다 놓이는 모든 장애물을 '다' 뛰어넘으며 살 필요까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슬픔은 힘이세다.

슬픔은 꽉 막힌 마음에 창窓을 낸다.

슬픔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기쁨이 아니라 슬픔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혼자가 아니란 사실이 위안이 된다"는 문장을 풀어서 스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 ㅁ낳구나, 그러니 무너지지 말아야지, 그들과 함께 계속걸어가야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수와 중수와 상수의 기준-

...

상수는 기예를 갈고닦는 차원에서 벗어나 어떤 현상과 실재 너머에 있는 본질을 발견해낸 사람이다. 

남이 일으킨 물결리 아니라 스스로 일으킨 물결에 올라타야 멀리갈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달은 자다.

상수는 다른 상수는 물론이고 중수 또는 하수와 경쟁하지 않는다. 스스로 꿈을 이루었기에, 남이 볼 수 없는 세계를 이미 경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랜 시간 내공을 닦은 사람의 사소한 습관을 엿보게 될 때마다 새삼 깨닫는다. 고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을 행하는 자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일을 가장 자연스럽게 행하는 자라는 것을. 

 

사람도 나무처럼 잎을 떨군다-

늦가을이 되면 나무는 바람의 도움을 받아 가지를 흔들어서 수분이 다바진 잎을 지상으로 떨어트린다.

스스로 무게를 가볍게 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추운 겨울을 수월하게 나기 위함이다. 

때때로 낙엽을 떨궈야 하는 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찬바람과 함게 삶의 겨울이 밀려온다 싶으면 마음 끝에 매달린 과거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덜어내야만 한다. 그래야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겨울을 통과해서 다가오는 봄을 기약할 수 있다. 

 

끝을 알수 없기에-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는 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분노를 사서 돌더이를 산곡대기로 옮기는 벌을 받는다. 

그에게 내려진 형벌이 가혹한 이유는 돌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영원히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때때로 시시포스처럼 벗을 길 없는 원죄에 묶여 있는 심정으로 삶의 고난과 마주한다. 

정말 견디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궅을 짐작할 수 없다는 이유로 괴로움과 어려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목놓아 운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고요에 닿기 위해 몸부림치며 산다-

"대부분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때 소중했던 것들] 중에서 

 

사람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간다."기운이 없다"는 말은 "기분이 엉망"이라는 말과 한데 포개진다. 

그러므로 도무지 기운이 나지 ㅇ낳을 때는 억지로 힘을 내기보다 스스로 기분을 스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 기분이 폭삭 주저앉으면 가사 없는 연주곡을 책상위에 흐르게 한다. 

특히 원고를 집필하는 시기엔 작고가겸 피아니스트인 이루마의 피아노곡을 자주 듣는다.

이루마의 음악은 날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로 데려다 준다. 

 

잔잔한 음악의 안내를 받으며 그 입구에 다다르면 , 기억으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풍경과 사건이 하나둘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소중했던 사람과 함께 거닐던 겨울바다의 고즈넉함이, 비오는 날 손을 맞잡고 공원을 걸을 때 코끝으로 달려들던 진한 꽃향기가, 해 질 무렵 언덕을 오르며 함게 바라보던 서녘 하늘의 빛깔이, 하나의 잔으로 달빛을 나눠 마시며 사랑이라는 세계에서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던 순간이 희미하게 되살아나 눈앞에서 가물거린다. 

 

무엇보다 이루마의 음악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늦은 밤 호수에 비친 달빛처럼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피아노 선율이 귀로 스며드는 순간, 마음에 고요가 찾아온다. 

고요속에서 나는 온전함 쉼을 느낀다. 

 

세월이 흐를 수록 더욱 절감하게 된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잠한 상태에 접어들 때느끼는 편안함이야말로 마음이라는 집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거라 믿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각자의 고요를 길러내기 위해, 어떻게든 고요에 닿기 위해 온간 소란과 소음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삶의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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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의 음악에 접속했다.

종종 접하던 피아노 선율이다.

음악은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정신없는 현실의 나를 차분하게 해준다.

 

마음같아선 음악을 들으며 작가의 글을 모두 필사하고 싶다.

어느 봄날 안개가 자욱한 시골마을 개울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글이 따뜻한 친구가 되어 징검다리를  건너오는 것만 같다.

그의 글들은 쉽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기품있어 

때마다  눈길이 가고 손에 들게 된다. 

 

어느새 3월이 되었다.   

이 꽃샘추위가 지나면 따뜻한 날씨를 재촉하는 봄비가 내릴 것이다.

숨어 있는 봄의 씨앗들이  꿈틀대며 아득한  향기를 내게 전해 줄것이다.  

그러면 금새 나는 봄바람이 불겠고

산으로 들로 냇가로 맨발로 혹은 신을 신고 걸어다닐 것이다. 

작가의 글이 내가 기다리고 있는 봄 같다.

귀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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