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 만권을 읽으면.. 849

소란-박연준의 산문집을 읽고

"사람들에게 사과를 줄 때 행복하다. 별일 아닌데 웃을 수 있다. 손님을 모셔놓고 사과를 내오며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제가 사과드릴게요" . 사과드려? 뭘? 하면서 상대방도 클클클, 나도 킥킥킥, 가까운 사람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있는데 쑥스러워 망설이고 있다면 사과 한 알을 들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 혹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며 걸어가보라, 우스꽝스러운 그 모습에 상대는 벌써 웃음을 터트릴 것이다. 사과를 불쑥 내밀며 공손한 말투로 '사과 드릴게요' 하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도 웬만한 잘못이라면 금세 덮어주지 않을까? 사과란 우리에게 얼마나 이로운 과일이란 말인가!" ------- 작가의 신나는 판단으로 책을 읽고 즐거워졌다. 늘 옆에 사과를 지니고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과..

서촌 오후 4시-김미경

마음에 철썩 가닿기 "글 쓰는 일을 하다 그림을 그리고 보니 두 가지가 어떤 면에서는 엄청 다르지만 닮은 점도 상당히 많다는 걸 느낀다. 감동을 주는 글이나 그림을 위해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것 두가지. 첫째 소재가 작가 자신이 확실하게 감동받은 이야기나 풍경이어야 한다는 것. 둘때 열심히 쓰고 그려야 한다는 것. 글을 쓸 때 독자들은 기가 막히게 이걸 잘 알아본다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내가 몇 년을 고민한 이야기. 오래오래 취재하고 삭힌 이야기인지. 대충 설일익은 이야기인지 독자들은 훤히 알아봤다. 그림도 마찬가지란 걸 느낀다. 내가 처음 본 순간 숨이 콱 막힐 듯이 감동받았던 순간이나 풍경을 그린 그림을 사람들은 용하게 알아봤다. 그 강도나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달랐지만 내가 받은 감동이 전염되는..

일상의 악센트

기운 헤아리기 내 단골 카페에서는 아주 맛있는 커피를 판다. 늘 같은 여성이 한 잔 한 잔 마음을 담에 넬 드립방식으로 커피를 내려준다. 현란한 손기술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원두를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유난히 맛있다. 이집 커피가 맛있는 이유가 단순이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녀가 내려준 커피의 진수가 마지막 한 모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였다. 입에서만 맛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도 맛이 있어서, 따뜻하고 충만한 느낌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요즘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첫 입에 맛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요리든 술이든 마찬가지다. 우리의 미각은 첫입에 맛있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첫입에 맛있다는 것은 어쩌면 맛이 진한..

타로로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10.운명의 수레바퀴 "은둔자를 만난 후 바보는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 당도했다. 하늘 한가운데에 TARO라고 쓰인 수레바퀴가 놓여 있었는데 수레바퀴 살은 사계절, 사방위, 4원소 등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레바퀴 위에는 칼을 든 스핑크스가 앉아 잇고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여우인 것 같기도 한 붉은 몸뚱이의 동물이 등짐을 지듯 거대한 수레를 지고 있었다.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수레바퀴 귀퉁이에서는 한 명의 천사와 독수리, 그리고 날개 달린 황소와 사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스핑크스가 바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뿌린 대로 거두리라."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거쳐온 여정이 주마등처럼 바보 앞을 스쳐가기 시작했다. TARO,ROTA ''운명의 수레바퀴'카드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