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서촌 오후 4시-김미경

다림영 2020. 8. 1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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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철썩 가닿기

 

"글 쓰는 일을 하다 그림을 그리고 보니 두 가지가 어떤 면에서는 엄청 다르지만 닮은 점도 상당히 많다는 걸 느낀다.

감동을 주는 글이나 그림을 위해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것 두가지. 첫째 소재가 작가 자신이 확실하게 감동받은 이야기나 풍경이어야 한다는 것. 둘때 열심히 쓰고 그려야 한다는 것. 글을 쓸 때 독자들은 기가 막히게 이걸 잘 알아본다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내가 몇 년을 고민한 이야기. 오래오래 취재하고 삭힌 이야기인지. 대충 설일익은 이야기인지 독자들은 훤히 알아봤다. 그림도 마찬가지란 걸 느낀다. 내가 처음 본 순간 숨이 콱 막힐 듯이 감동받았던 순간이나 풍경을 그린 그림을 사람들은 용하게 알아봤다. 그 강도나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달랐지만 내가 받은 감동이 전염되는 듯했다.

 

그리고 서툴러도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열심히 그린 그림을 금방 알아차렸다. 꼭 내 뒤에서 그리는 모습을 봤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런 작품이 꼭 좋은 작품이거나 잘 팔리는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상대방의 맘에 철썩 가닿는다는 거다. 그런 그림을 열심히 열심히 그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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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철썩 가닿기'...그러기 위해 땀흘리는 시간들이다. 어떤 주제여야 할지 ,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며 시작한일 .. 나이가 들면 하던 것도 하나씩 그만 두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늘 주억거렸는데 갈 수록 뭔가 하고 싶어지는 지 모를 일이다. 한 사람이 참 여러가지 일을 하며 사는 구나 한다. 

 

어느 선생님 말처럼 한가지나 제대로 해야지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고 이것 저것 침만 바르고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얘기에 난 그냥 그런사람인가 보다한다. 이쪽에 있으면 저쪽에 가고 싶고 또 그리로 가면 또다른 어느곳이 보이니 말이다. 

제대로 못하는게 많지만 그래도 무언가 끄적이고 무언가를 만들고 무언가를 배우고 있어 즐거운 것은 말할 나위 없다. 한우물만 파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야 정말 좋겠지만 그러기엔 힘이 부치니 하고 싶은 것 조금씩이라도 발을 들여 그것을 익히고 알아가니 신기하고 재미있다. 뒤늦은 나이 재미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시간이 걸려도 끈을 놓치 않고 마음에 철썩 가닿기까지 수많은 땀방울이 담겨야 한다는 것은 잊으면 안될 것이다. 

 

서촌은 몇번 사진 찍으로 다녀왔던 곳이다. 이분의 그림을 보니 걸었던 그 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언제 또 가보나 한다. 언젠가 꼭 걸음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때의 서촌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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