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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餘地

정민의 世說新語-조선일보 4/9 여지餘地 "사람이 발을 딛는 것은 몇 치의 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거리인데도 벼랑에서는 엎어지거나 자빠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내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럴까? 곁에 여지餘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다를 게 없다. 지성스러운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혹 의심을 부른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顔之推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중 '명실名實'에 나오는 말이다. 여지의 유무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 사람은 여지가 있어야지, 여지가 없으면 못쓴다. 신흠申欽1566~1628이 '휘언彙言'에서 말했다. "군자는 늘 소인을 느슨하게 다스린다. 그래..

세아들의 등산/강희맹

노나라에 아들 셋을 둔 사람이 있었다. 첫째 아들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다리를 절었다. 둘째 아들은 호기심이 많고 몸이 온전했다. 셋째 아들은 경솔하고 진실하지는 못했지만 재빠르고 용기가 있었다. 그래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 셋째가 가장 낫고 둘재가 그다음이고 첫재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야 겨우 제 몫을 해내는 정도였다. 하루는 둘째와 셋째가 태산 일관봉에 먼저 오르는 내기를 하고, 앞다투어 신발을 손질하고 있었다.그러나 첫째도 산에 오를 채비를 하는것이 아닌가? 둘재와 셋째는 첫째를 바라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태산 봉우리는 구름 위로 솟아 천하를 굽어보고 있어 튼튼한 다리를 가진 건강한 사람이 아니면 오를 수 없답니다. 그런데 어지 형님은 불편한 다리로 엄두를 낸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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