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보편의 단어 /이기주

다림영 2024. 11. 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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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에서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오던 남자의 어깨가 닿았다.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날 올려다보더니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휴대전화를 매섭게 바라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대중교통이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 실수로 타인과 몸이 닿는 순간 넌지시 미안함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지만, 아무런 사과 없이 매섭게 쏘아보며 상대의 몸을 밀치고 지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마치 기 싸움을 하듯이 고개를 치켜드는 사람과 거리에서 맞닥뜨리는 날엔 기분이 상할 수 밖에없다. 뭐랄까. 비오는 날 출근길을 걷다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부터 느닷없이 흙탕물 세레를 받을 때의 기분이라고 할까. 

아무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건널목을 건너 '프린츠 커패'라는 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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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회복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나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다정함을 접착제 삼아 마음에 고르게 펴 바른다음, 시간이라는 바람속에서 천천히 말려야 한다. 

 

기분이 부서지거나 조각나는 건 한순간이다. 하지만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말이 귀로 흘러들어오면 마음을 어지럽히는 두려움의 농도를 묽게 만들거나 아예 밖으로 내쫓을 수 있다. 듣고자하는 말을 귀로 끌어들이는 방법과 수단이 저마다 다를 뿐이다. 

 

하나의 면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없다. 

마음에서 솟아나는 감정을 칼로 자르면, 다양한 감정들의 단면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난해하게 꼬여 있듯이 말이다. 

 

 

조금알면 자랑하고 많이 알면 질문한다. 

몇번의 계절이 지나는동안 껓이 피고지는 모습을 관찰하지 않고서 꽃을 안다고 말하는 건, 진짜 앎이 아니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덜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준다.

우린 타인을 내려다 보면서 위로할 수 없다. 위로의 언어는 평평한 곳에서만 굴러간다. 

 

살아가는 일은 시간과 공간과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일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곁에 머물기 위해선 그 사람과 내가 동일한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타인과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 

다만 현대인은 분주하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간에 쫓기며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스스로 '시간빈곤층time poor'을 자처하며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두고 늘 고민한다. 

때론 시간의 무게를 측정하기도 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무겁다고 여기고,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과의 시간은 가볍다고 여긴다. 사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우리가 시간을 귀하게 사용할지라도  시간과 인간과의 관계는 역전되지 않는다. 

시간은 결코 인간에게 끌려다니는 법이 없다.

시간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위치에서 우리를 근엄하게 내려다보며 흘러갈 뿐이다. 

 

인간은 시간의 보폭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때가 되면 세월의 바람에 으깨어져 

시간의 바깥쪽으로 내쫓김을 당하고 만다.

그렇게 언젠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우리가 쫓겨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뿐이다. 그 안온한 시간속으로 들어가야 불안과 초조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끼며 삶의 허무를 가라앉힐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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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보편의 단어.. 

그의 글이 좋다. 그의 책을 좋아한다.

쉼없이 넘치는 책들속에서 한사람의 책을 자주 접하게 되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무엇이다. 

 

오늘도 나는 시간에 쫓겼는가 내가 이끌었는가를 생각해 본다. 

반쯤은 주도적계획으로 이끌었으며 또 그 반은 정신없이 끌려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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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무섭다.  뒤도돌아보지 않으며 시간의 법대로 정확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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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 다 가려한다. 

겁나게 빠른 시간속에서 어찌 나를 챙길것인가.

시간에 쫓기며 살고 싶진 않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나이든 삶을 따라간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다.

마음은 늙지 않으니 늘 그 전에 해오던 것처럼 하는 것이 문제다.  조금씩 덜어내고 비우며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자꾸만 옷자락을 잡으며  멈추게 하는 날들....

 

저자의 따뜻한 글 속에서 지냈던 며칠 자꾸면 뒤적여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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