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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무거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그릇이다.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은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의 마음을 마중하는 사람이다. 누가 그 정갈한 기대를 탓할 수 있을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자주 볼 수 없지만 그와 마음으로 연결되는 친밀감을 간직하고 싶다면 편지를 써야한다. 구체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그 관계는 깊고 두터워질 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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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편지를 나눌 사람들이 있고 , 편지에 적힌 마음들이 나를 돌보고 성장하게 한다는 것을 믿는다. 나도 전생에 큰 공은 아니어도 작은 공 몇가지는 세웠던 모양이다.
시간이 휙휙 지나간다. 달력은 시간이 움직인다는 걸 증명하는 도구, 시간의 표식이다. 달력은 시간을 쪼개고 소유하고 기록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품는다. 사물의 낡음이나 인간의 늙음 ? 그런 건 달력으로 알 수 없다. 그건 달력을 보는 인간, 인간을 곁에 둔 사물을 통해야 알 수 있다.
일은 많은데 하기 싫을 때 , 무기력이 무능력으로 넘어갈 때, 나는 달력을 본다. ㅇ열중해서 보는 건 아니고 길 건너 강 구경하듯 ('불'아님) 본다. 저기 강이 있구나. 잔잔한 강이구나. 흘러가는구나. 똑딱똑딱, 규칙적으로까지 보이는구나. 일, 달, 해를 몽땅 데리고 가버리는구나.
달력은 '일상의 등'이다. 등불말고 등back말이다. (달력이 등불로 보이려면 얼마나 진취적인 삶을 살아야 할까, 난 못하지.) 납작하게 벽에 걸린 달력을, 세월의 등 (숫자) 을, 손톱을 물어뜯으며 본다.
생각없이. 가는 세월을 짐작하며, 하긴 달력의 용도는 '보는' 거니까. 미간을 찌푸리거나 입술을 깨물며 가는 자의 등을 보듯 보는 거다. 설마 미소를 지으며 달력을 보는 사람이 있을 까? 애타게 기다리는 날이 있지 않는 한 달력을 보며 미소를 짓는 일은 병원 대기실에 앉아 미소를 짓는 일만큼 어려운 일일게다 .
잠을 잘 자기 위해서라도 자신에게, 자신의 생활에 관대해야 한다. 싫은 사람은 안 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미워하면 사는 게 고역이다. 눈떠서 잠들 때까지 좋아하지않는 주인공을 데리고 영화를 찍어야 하는 감독처럼 지겨울 게 아닌가. 아, 도대체 누가 그런 영화를 보고 싶어한단 말인가?
좋은 잠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잠이다.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 '나'를 잊어버리는 잠이다. 장자가 말한 좌망坐妄 같은 잠! 앉아서 나를 잊어버리는 일이 매일 밤 나에게 와주길 바란다. '나'를 지나치게 붙들고 살지말자. 들들 볶지 말자. 잠시라도 나를 좀 , 잊자!
글은 말의의 문신이다.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나면 지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읽고, 기억한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 도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말이 그렇다는 얘기 아닙니까? 내 말이 그 말이다. 말이 그렇다는 얘기. 말이 전부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의 귀를 섬기는 자다. 내 말이 상대의 귀로 흘러들어가는 소리 라는 것을 아는 자다. 그때ㅔ의 말은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충언을 전달하거나 지적하려하지 않고, 오히려 들으려 하는 말이다.
세상엔 그런 말도 있다. 말하면서 동시에 듣는 자세를 취하는 말. 그런 말은 상대의 귀보다 낮은 자세를 취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먼저 듣고 그쪽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머뭇거리다 '드디어 입을 열어 말을 보내는 '사람이다. 이런 말에는 무게와 깊이가 실려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말은 언제든 사라질 준비를 한다. 다른 이의 시선과 표정, 이견에 자리를 내어줄 여유를 품은 말이기에 강압적이지 않다.
언어에 소리를 입히면 말이 되고 소리를 그림자 삼아 새기면 글이 된다.
말과 글과 달라 태어나는 순간 사라진다. 글이 내려앉는 언어라면 말은 솟구치는 언어다. 글이 기록을 위한 언어라면 말은 소화를 위한 언어다.
시는 예외적으로 소리가 되고 싶어하는 글이다. 다와다 요코는 [여행하는 말들 ]에서 이렇게 썼다.,
"글이 곧 외침은 아니다. 그러나 글이 외침과 완전히 떨어져버리면 더이상문학이 아니다. 글과 외침은 떼려야 뗄 수 엇ㅂ는 관계에 있다"
내가본 말을 잘하는 사람은 늘 곁을 주며, 뒷걸음질치듯 말했다. 자기 말에 겁먹지 않고 정면승부를 하며 상대를 존중하고 권위는 없지만 울림은 있고, 말로 무언가를 이룰 생각이 없고 , 듣기 위해 말하는 듯 보였다.
말을 할 때는 귀도 일해야 한다. 듣는 사람은 누구도 바보가 아니다. 말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기 쉽다.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란 하고 싶은 말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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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의 글을 좋아한다.
읽고 다시 돌아 읽게 된다. 옛날 순수했던 친구와 우리들을 보는 것 같다.
다시 뒤적이며 박연준의 글을 필사하고 싶다.
시간은 어디로 사라지고
달력은 벌써 12월이라니 마음만 조급하다.
무엇을 쥐려고 이 한해를 달려왔을까...
알다가도 모를 세상사들이 우리를 두렵게 하고 힘들게 한다.
모두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이 있음을 알면서도
욕심속에 물들고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들꽃같은 글을 만나는시간속에서
잠시 여유를 찾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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