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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때, 그것을 그렇다고 말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두고 '선을 긋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표현에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감정은 서운함이다. 그걸 모두가 알고 있기에, 선 그을 펜을 쥔사람은 머뭇거리게 된다. 어쩐지 매몰찬 행동 같으니까.
나는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모두 약간씩의 거리를 두는 편이다. 아니, 친할수록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가까워도 거리는 둬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구구절절 설명을 하게 되는 건, 내 의도와 거리를 둔다는 말이 가진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풀자면 이렇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 바라보아야 한다. 세심히 살펴야 한다. 무언가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한 발자국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당연히 잘 안다고 여기는 순간, 관계는 V3가 깔리지 않은 컴퓨터가 된다.
역시나 일일이 설명하자니 장황하다. 그러나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선을 그여야 할 때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렇게 설명을 한다. 물론 내가 그리 여기는 상대들은 이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동의해준다.
선을 긋는다는 말은 내겐 '모양을 그린다'는 말과 같다. 5개의 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게 별 모양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지도를 떠올려 보자. 꼬불꼬불한 선으로 나뉘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선이 있다고 해서 서로 단절된 관계들은 아니다. 한 예로 유럽의 경우 각국의 법령, 풍습, 기타 여러가지 현실적인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지키기 위한 테두리로 그려져 있지 않은가.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이 그러하듯 사람 마음의 모양은 전부 다 다르다. 선을 긋지 않는 다는 건, 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 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반대로 남들보다 더 관대하거나 잘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시원하게 트여 있을 것이다. 이부분은 나라는 사람을 탐험하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부분이 된다. 그래서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되기도 ,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살다보면 부득이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이들은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를 관찰해주고, 그걸 토대로 내 성향을 점선으로나마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밑그림이 나의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때, 나는 무장해제되곤 한다.
이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기에,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나 또한 열심히 점선으로 상대를 스케치해본다.
'이곳이 예민하겠지', '이곳을 흥미로워하겠지' 하면서 . 그리고 이런 식으로 그려지는 살마의 모양은 수시로 바뀌기도 하기에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이 섬세한 과정을 퉁치는 말이 '배려'인 것 같다. 그러므로 나와 상대방 사이에 있는 틈은 서로가 서로를 잘 바라보기 위한 것일테다.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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