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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숙취가 느껴지는 이유는 전날 저녁 참석한 모임에서 오고 간 지독하게 재미없고 무익했던 대화 때문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퇴근 후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초대해 준 지인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감 때문에 퇴근하자마자 저녁도 거르고 지하철을 한 시간이나 타고 가서 참석한 모임.
고급 호텔을 빌려 이름있는 연사를 초대하고 그럴싸한 명함들을 주고 받으며 얼굴에 자본주의 미소를 뛴 채 세시간 동안 주고 받은 대화는 , 대화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헛헛하기 그지 없는 대화들이었다.
조만간 투자가 크게 들어올 것이니 자기 회사 주식은 미리 사둬도 좋다는 이야기, 내 주위에 상상도 못할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이야기, 사실은 자기가 해외 명문 대학교를 나왔다는 것을 부끄러운 척하며 왜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이며, 자기가 사는 아파트 이름까지 굳이 말할 필요가 있는지, 이번에 새로 봅은 비서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왜 한단 말인가.
자의식 과잉에 빠진 자들이 '하나라도 걸려라'는 식으로 던져 대는 헛배 채우는 대화의 미끼 속에서 차라리 고요함이 그리웠다.
그날 모임에서 내가 깨달은 세 가지.
1.때로 대화는 층간 소음보다 고통스럽다.
2.지독한 대화는 지독한 숙취를 남긴다.
3. 한 테이블 (4인)이 넘는 자리에서 불특정다수와 하는 대화는 확률적으로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파울로 코엘료 [마법의 순간]에 나오는 이 멋진 문장을 가끔 떠올려 본다.
대화에 있어서 완전히 틀린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맞는 것도 없다. 다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를 무시하고 상대에게 자기 입장만 강요할 때 상대의 빗장은 더 굳게 잠기고, 대화는 단절된다. 시시비비로 시작하는 대화는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상대방의 언어에 세 번 이상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에는 그들의 과시 욕구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담겨 있다. - 그 사람의 욕구룰 빠르게 눈치채고 내가 먼저 그 부분을 짚어 인정해 주면 그들의 인정욕구는 충족되고 관계도 이내 편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고도 얄미워 외면하면 그 사람의 언어에 그 특정단어는 부자연스러운 타이밍에 더 자주 등장하게 되고, 그것이 불편한 관계의 시발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만족한다. 스스로 잘 하고 있다" 가 아니라 "재 보다 한참 모자라다.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상태에 화가난다" 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못난일상
타인과의 비교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습관적비교는 언젠가 반드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위태로운 자기 존재 확인법이다.
타인과의 습관적 비교는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거의 확실한 방법이다.
일시적인 행복은 감성과 감정의 영역일 수 있지만, 매일 행복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을 알고,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미리 조성해 둔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가짜 만족감이 아닌, 내 일상의 시간을 단단한 자족감으로 채우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위해 노력하고 나에게 친절을 베푼다.
책 대화의 밀도 중에서 류재언 .라이프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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