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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아리 작은 샘물도 흘러서
바다로 갈 뜻을 가지고 있고,
뜰앞의 작은 나무도
하늘을 꿰뚫을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작자 미상, 가언집 중에서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우리가 ,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힘겨운 나날들 , 무엇 대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둘여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번은 없다 중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나는 을乙이다, 항상 부탁하며 살아가는
당신을 넘볼 수 없는 성채의 성주
당신앞에 서면 한없이 낮아진다네
나를 사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당신 눈도장 찍느라 하루해가 모자라네
그래도 한밤에 목말라 자리끼를 찾다가
내 영혼의 옆구리를 한 번 만져본다네- 김장호.나는 을乙이다. 중에서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본다.
그러나 찾는 것은 이세상에 없는것.
우리의 가장 진지한 웃음 속에는
약간의 고통이 배어있고
우리의 가장 달콤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얘기 하는 것 -퍼시 비시 셰릴 , 종달새에게 중에서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속에 갇혀 잇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 본다. -구상 ,꽃자리 중에서
아이스링크 가장자리로 여섯 살짜리 딸이 이끈다.
스케이트를 신은 딸은 내 손을 잡고
조심조심 나를 따라온다.
그러다가 발이 미끄러지면
놀라서 나를 꽉 붙잡는다.
오늘 딸은 내 옆에서 혼자서도 스케이트를 잘 탄다.
내 손도 안 잡은 채
불안하게 첫발을 내밀며 딸은 말한다.
"아빠가 옆에 있으면 곁에 없다고 생각하고
아빠가 옆에 없으면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잭 로거우, 스케이팅 레슨 중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잇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살마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봄길 중에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함민복 꽃 중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분투하며 추구하며,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스물 두살 되던 해 겨울,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무방비 상태에서 가족을 덮친 가장의 부재는 엄청난 충격과 혼란으로 다가왔다. 망연자실 학교 주변을 서성이다 들어선 서점에서 운명처럼 책 한 권을 만났다. 제목이 내 가슴을 울렸던 것 같다. 그 책은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수난]이었다.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의 마지막 구절에 이런 말이 잇다. "분투하고 추구하고 발견하며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이시를 무척 좋아햇던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떤 난관과 고통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자 인문 정신이다. "
안도현 시인의 이 시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거듭 강조한 '분투'의 결과가 바로 하얗게 탄 연탄재가 아닌가 싶었다. 흰 재야 말로 '찬란한 끝장'이라 말하는 시인의 해석이 결국 우리 인생의 속내가 아닌가 싶었다.
삶에는 저마다의 으미가 있다. 어느 부엌에서 고등어를 구웠건, 어느 집 아기의 따듯한 겨울을 위해 구들장을 데웠건, 연탄재 하나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네의 소중한 삶이 아니던가.
박경철 -외과 전문의 이자 저술가. '시골의사 '라는 필명으로 잘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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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 짓는 법을 공부하기도 했다. 잘 씌여지진 않았지만 눈에 들어 오는 것마다 시가 되고 마는 그런 아름다운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하늘을 보면 구름을 보고 떠오르는 글이 있고 어쩌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하다가 퍼뜩 날아온 글귀가 있었고 좋은모습의 얼굴을 한 사람을 보면 그의 역사가 마구 씌여졌다. 부족하기 이를데 없었으나...
그러한 한 시절이 있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돌아보면 지극히 평범한 삶에도 예술이 아닌 시간이 없었다.
마음을 주고 받던 모든 지난 시간들이 지금을 있게 했다.
남들에겐 별 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열정으로 뭉쳐
깊이 빠져 있는 지금의 이 세계 또한
어느 미래에 나를 만들어줄
각별한 순간이 될 것임을 ...
시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며 깊은 숲의 길로 안내한다.
글씨를 쓰며 시를 자주 찾게 되는 요즘
시를 들여다보고 찾으며 온 몸이 흔들린다.
..
청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
..오늘 나를 흔드는 시는..
분투하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하지 않으리라...테니슨의 율리시즈중에서 --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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