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허벅지 살을 베어내기로 (割 股)결심하고 , 어머님이 계시지 않을 때를 틈타 왼쪽 허벅지에서 살조각 한 점을 떼어내었다. 고기는 불에 구워서 약이라 아뢰고 잡수시게 하고, 흐르는 피는 드시게 하였다. 그래도 양이 적은 듯하여 다시 칼을 들어 그보다 크게 살조각을 떼어내려고 할 때에는 , 처음보다 천백 배의 용기를 내어 살을 베었지만 살조각은 떨어지지 않고 고통만 심했다. 두 번재는 다리 살을 베어놓기만 하고 손톱만큼도 떼어내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 탄식했다.
‘손가락이나 허벅지를 베어내는 것은 진정한 효자나 하는 것이지, 나와 같은 불효자가 어찌 효자가 되랴.’p181
... 다시 세상에 나가는 데 대하여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만일 나도 석회질을 가진 뭉우리돌이면 만기 이전에 성결한 정신을 품은 채로 죽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하여 결심의 표시로 이름을 ‘구’(九)라 하고, 호를 ‘백범’(白凡)이라 고쳐서 동지들에게 언포하였다. 구(龜)를 구(九)로 고친 것은 왜의 민적(民籍)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요, 연하(蓮下)를 백범으로 고친 것은 감옥에서 여러해 연구에 의해 우리나라 하등사회,곧 백정(白丁)범부(凡夫)들이라도 애국심이 현재의 나 정도는 되어야 완전한 독립국민이 되겠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복역중에 뜰을 쓸 때나 유리창을 닦고 할 때는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하였다. ‘우리도 어느 때 독립정부를 건설하거든, 나는 그 집의 뜰도 쓸고, 창호(窓戶)도 닦는 일을 해보고 죽게 해 달라’고p267
세상은 고해라더니 살기도 어렵거니와 죽기도 또한 어렵다. 타살보다 자살은 결심만 강하면 쉬운 듯 하지만,자살도 자유가 있는데서나 가능한 것이다. 나도 옥중에서 두 번이나-치하포 사건으로 투옥되어 인천옥에서 장티푸스에 걸렸을 때, 그리고 17년후 다시 인천감옥으로 돌아와 인천항 축항공사를 할 때-자살하려다 실패하였다.
서대문 감옥에서 안매산 명근 형이 굶어 죽기를 결심하고 조용히 묻거늘 나는 찬성하였다. 그가 3~4일 동안 배가 아프니 머리가 아프니 하는 핑계로 음식을 끊었으나, 눈치 빠른 왜놈 간수가 알아차리고 의사에게 진찰케 하고 매산을 결박한 후 강제로 입을 벌리고 계란을 풀어넣었다. 결국 매산이 “자살을 단념하겠노라”고 통고를 한 것을 보면, 자유를 잃으면 자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칠십 평생을 회고하면, 살려고 산 것이 아니고 살아져서 산 것이며, 죽으려도 죽지 못한 이 몸이 끝내는 죽어져서 죽게 되었도다.p298
나의 신조는 “일을 맡기면 의심하지 않고, 의심하면 일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조로 인하여 종종 해를 당하면서도 천성이라 평생 고치지 못하였다. p307
48년전 무심히 보았던 글귀를 금일 자세히 보니,
물러나 속세의 일을 돌아보니(去來觀世間)
마치 꿈속의 일만 같다(猶如夢中事)
라고 되어 있다.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니 이 글귀는 과연 나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p412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p423
백성들의 작은 의견은 이해관계로 결정되거니와, 큰 의견은 그 국민성과 신앙과 철학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이 생긴다. 국민성을 보존하는 것이나 수정하고 향상하는 것이 문화와 교육의 힘이요, 산업의 방향도 문화와 교육으로 결정됨이 큰 까닭이다. 교육이란 결코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기초가 되는 것은 우주와 인생과 정치에 대한 철학이다. 어떠한 철학의 기초위에, 어떠한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곧 국민교육이다. 그러므로 좋은 민주주의의 정치는 좋은 교육에서 시작될 것이다. 건전한 철학의 기초위에, 어떠한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곧 국민교육이다. 그러므로 좋은 민주주의의 정치는 좋은교육에서 시작될 것이다. 건전한 철학의 기초위에 서지 아니한 지식과 기술의 교육은 그 개인과 그를 포함한 국가에 해가된다. 인류 전체를 보아도 그러하다. p430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투쟁의 정신을 길렀었거니와, 적은 이미 물러갔으니 우리는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국토 안에는 언제나 춘풍(春風)이 태탕(태蕩)하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먹음으로써 되고, 그러한 정신의 교육으로 영속될 것이다.
(화창한 봄기운이 가득한 모습-태탕)
최고의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스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우리 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주기 위함이다. 힘드는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仁厚之德)이란 것이다.
이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산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촌락과 도시는 깨끗하고 풍성하고 화평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동포, 대한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덕의 향기를 발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는 불행하려 하여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하여도 망할 수 없는 것이다. 민족의 행복은 결코 계급투쟁에서 오는 것도 아니요, 개인의 행복이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계급투쟁은 끝없는 계급투쟁을 낳아서 국토의 피가 마를 날이 없고, 내가 이기심으로 남을 해하면 천하가 이기심으로 나를 해할 것이니, 이것은 조금 얻고 많이 빼앗기는 법이다. 일본의 이번 당한 보복은 국제적.민족적으로도 그러함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실례다. 이상에 말한 것은 내가 바라는 새 나라의 용모의 일단을 그린 것이어니와,.....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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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대 히트를 치고 그에 관한 책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나는 아직 명량을 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텔레비전에서 해 주려니 하고 기다리고 있다.
나라는 시끄럽고 생전 보지 못하던 사고와 알 수 없는 슬픈 일들과 어려운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웃으며 앞서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때로 절망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바르지 못한 태도와 서로 제 편만을 위한 당쟁으로 살펴야 할 정책들은 해결되지 않고 분분한 모습들이 적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늘 그래왔으므로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고 점점 보이지 않는 경기로 아득한 날들이다.
이순신에 이어 자신을 희생하며 나라를 위한 그분의 책을 선뜻 들었다.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어 효를 행하는 모습의 구절에서는 섬짓한 느낌으로 눈이 절로 감겼다. 강직하기 이를데 없고 매사에 거침이 없던 그의 소원은 하나도 둘도 셋도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의 독립뿐이었다. “일을 맡기면 의심하지 않고, 의심하면 일을 맡기지 않는다” 선생의 신조는 변함이 없었다. 나도 그분의 말씀을 새겨보며 그러하리라 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라를 이끄는 각별한 분들은 돌아가신 분들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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