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회남자/유안엮음/최영갑 풀어씀/풀빛

다림영 2014. 8. 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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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도는 사사로이 나아가거나 사사로이 떠나지 않는다. 도에 능한 자에게는 여유로운 것이지만 서툰 자에게는 부족한 것이다. 도에 순장하는 자는 이롭고 도를 거역하는 자에게는 재앙이 온다. 비유하자면 수후의 진주나 화씨의 벽옥과 같아서 그것을 얻는자는 부유해지고 잃는 자는 가난하게 된다. 도를 얻고 잃는 법도는 매우 미묘하고 그윽해서 지혜로도 알 수 없고 말솜씨로도 설명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서 그 내용을 모두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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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 나무를 태울 수 있듯이 이에 착안해서 쇠를 녹이려고 한다면 그 방법은 행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긴다고 해서 기왓장을 끌어당기려고 한다면 어려울 것이다. 사물은 진실로 경중을 가지고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싯돌이 태양에서 불을 취하고,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기며, 게가 옻칠을 먹고,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는 것은 비록 현명한 지혜를 가졌다고 해도 사물의 이치를 모두 분별할 수 없고, 마음이나 생각으로 논한다고 해도 사물의 옳고 그름을 확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나라를 유지할 수 없고, 오직 커다란 조화에 통달하고 자연에 감응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것을 보존할 수 있다.p93

 

이목으로 하여금 맑고 밝으며 사방에 통달하게 하여 좋아하는 것에 유혹되지 않게 하고, 기와 의지로 하여금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고요하며 욕심이 줄어들게 하며, 오장을 안정되고 편안하게 하여 기운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정신으로 하여금 안으로 형체를 지키면서 밖으로 달아나지 않게 하면 지나간 시대를 바라보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 눈앞의 화복을 곧바로 직시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므로 밖으로 알아보려고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참 지식은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도덕경>47>이라고 한 것이다. 이것은 정신이 밖으로 넘쳐흐르지 않게 하라는 말이다.p111

 

 

군대를 쓰는데엔 술책이 있어야 하는데 의리가 근본이 된다.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행해지고, 근본이 상하면 도가 없어진다.p130

 

 

복은 무위에서 생기고 근심은 다욕에서 생기며, 해로움은 대비하지 않는 데에서 생기고, 잡초는 김매지 않은 데에서 생긴다. 성인이 선을 행할 때는 마치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하고, 재앙에 대비 할 때는 마치 벗어나지 못할까 두려운 것처럼 한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먼지가 눈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며, 물을 건너면서도 젖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자기를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천명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복은 자기로 말미암아 생기고 재앙도 자기로 말미암아 생긴다. p165

 

마음에 근심이 있는 사람은 대나무 침상이나 요를 깐 자리 위에서도 편안하지 못하고, 향기로운 밥이나 소고기도 달지 않으며, 피리같은 악기 소리도 즐겁지 않다. 우환이 제거된 뒤에야 먹는 것이 달고 잠자리가 편안해지며, 거처가 안정되고 노는 것도 즐겁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본다면 삶에는 즐거움이 있고 죽음에는 슬픔이 있는 것이다.

지금 본성이 즐길 수 없는 것을 힘써 늘이면 본성이 즐겁게 여기는 것을 해치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부유해서 천하를 소유하고 귀해서 천자가 되더라도 슬픈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p226

 

장사하는 사람이 벌여 놓은 일이 많으면 가난하게 되고, 장인이 기술이 많으면 곤궁하게 된다. 그러므로 큰 나무는 가지가 해를 입고, 큰물은 깊은곳에 해가 닥친다. 지혜만 있고 술수가 없으면 비록 구멍을 내도 통하지 않고 , 백가지 기술이 있어도 한 가지 도가 없으면 비록 얻더라도 지킬 수가 없다.p227

 

 

월나라 사람이 활을 멀리 쏘는 방법을 배웠는데, 하늘을 바라보고 당기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다섯 걸음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도 그 방법을 바꾸지 않고 활을 쏘았다. 세상이 이미 변했는데도 옛방법을 지키는 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월나라 사람이 활을 쏘는 것과 같은 것이다. p249

 

초나라 왕은 키우던 원숭이를 잃어버리자 원숭이를 찾기 위해 숲 속의 나무를 모두 베어 버렸고, 송나라 임금은 구슬을 잃어버리자 구슬을 찾기 위해 연못의 물고기를 다 없앳다. 그러므로 늪에서 불이 나면 아무 관계도 없는 숲과 나무가 걱정되는 법이다.

윗사람이 제목을 구하면 아랫사람은 나무를 베며, 윗사람이 고기를 구하면 아랫사람은 계곡을 말리고, 윗사람이 노를 구하면 아랫사람은 배를 끌고 온다. 그러므로 윗사람의 말을 가는 실과 같더라도 아랫사람의 말은 굵은 새끼줄처럼 된다. 윗사람이 하나의 선행을 하면 아랫사람은 두 개의 명예를 얻고, 윗사람이 세 개를 줄이면 아랫사람은 아홉 개를 없앤다.p254

 

사람이 남의 것을 도둑질해서 부자가 된 사람도 있지만 부자라고 해서 반드시 도둑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청렴하면서 가난한 사람도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 반드시 청렴한 것은 아니다. 갈대 이삭은 버들가지와 유사하지만 버들가지가 될 수 없고, 삼으로 만든 베는 무명과 비슷하지만 무명이 될 수 없다. p268

 

세상에는 세 가지의 위태로운 것이 있다. 덕망이 부족하면서도 총애를 많이 받는 것이 첫 번째 위태로움이요, 재능이 부족한데도 지위가 높은 것이 두 번째 위태로움이며, 스스로 큰 공적이 없는데도 많은 봉록을 받는 것이 세 번째 위태로움이다. 그러므로 일이라고 하는 것은 간혹 손해를 보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익이 되고, 간혹 이익을 보지만 그것이 손해가 된다. p273

 

 

 

<회남자>의 저자로 알려진 유안은 한 고조 유방의 손자로 황족이었다. 한 고조가 공신 숙청 과정에서 한신의 반란을 진압하고 돌아오는 길에 조나라에 들렀는데 , 이때 조왕이던 장오는 자신의 충심을 보이기 위해 한 미녀를 수청 들게 했다. 여기서 그 여인은 한 고조의 아이를 잉태하게 된다. 얼마 후 조왕 장오 역시 모반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당했고 그 여인도 체포되어 투옥되었다. 여인은 고조의 아이를 잉태했다고 알렸지만 고조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로 인해 구속된 상태에서 아들을 낳고 원한을 품은 채 자살하고 말았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가 유안의 아버지 유장이다. 그로부터 얼마후 유방은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고 아이를 데려다가 황후인 여후에게 기르게 했다.

 

...<사기><회남형산열전>에 의하면 유안은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악기 연주를 즐겼으며 문장에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또한 무술과 승마 같은 것을 싫어했다는 기록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유안은 정치가보다 학자적 기질이 강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학문에 관심이 높았던 그는 기원전 139년 제 8대 무제에게 자신이 지은 <회남자>를 바쳤고 무제는 이를 잘 보관하라고 지시를 내릴 정도로 그의 학문을 인정했다고 한다.

 

사실 <회남자>라는 책의 이름은 유안이 지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회남자>의 마지막 편인 <요략>에는 단순하게 유씨저서(’라고 되어 있고, 후한시대 고유가 해설한 서문에도 <회남왕 홍렬>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유는 이 책의 큰 의미는 도에 귀착되는 것이므로 홍렬(鴻烈)이라 부른다. ‘은 크다는 의미고 은 밝힌다는 의미다. 즉 크게 도를 밝힌다는 말이다.”라고 그 제목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회남>이라는 제목은 전한 말기의 학자인 유향이 지은 것인데, <수서><경적지><회남자>21권이라고 명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한나라 말기로 가면서 점자 <<회남자>>라는 명칭이 통요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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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진작에 좀 깨어 있었더라면’..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이따금 화와 질투와 욕심 같은것들이 수시로 올라오니 죽을 때까지 수행을 해도 그 곳에 다다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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