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말이 흉기다

다림영 2014. 7. 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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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72

 

 一事一言

사람을 살해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재판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의외로 자존심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건설 현장에서 숙식하는 노동자가 자고 있는 동료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동기는 말 한마디였다. 저녁 때 소주를 마시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특정 지역 출신 촌놈이라고 놀렸다.

 

다 같이 힘든 삶을 사는 처지면서 좀 더 가난한 지역 출신이라고 놀린 것이다. 그만두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놀리자 모욕감에 시달리다 일을 저질렀다.

 

40년 해로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평소 유순하고 소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 이유는 사소한 말다툼 중 개눈깔이라고 내뱉은 아내의 말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눈 한쪽을 잃고 모진 놀림에 시달렸던 그에게 그 한마디는 흉기였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급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찌르는 흉기는 바로 이다.

특히 인터넷은 그 흉기를 죄의식 없이 휘둘러대는 전쟁터다. 리틀 싸이 황민우군과 베트남 어머니가 악성댓글로 고통을 받은 일이 있다.

 

미국인들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 발언에 대해 사회적 제재를 가한다. NBA구단주는 흑인과 함께 내 경기장에 오지 마라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로 말한 사실이 알려져 영구퇴출 당하고 구단을 매각했다.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 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흔히들 첫 번째 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이 두 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친구의 비만을 걱정하여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반성했다. 혹시라도 법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귀는 더 열고 입은 더 무겁게 해야겠다.

문유석 .판사. ‘판사유감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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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모임이 있었다. 이런저런 수많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디서든 말을 줄이고 가급적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리라 했던 나는 갑자기 무슨이야기 때문인지 말문이 터져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그 얘기는 사실이었지만 이야기 속의 친구에게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후회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왔다면 그러한 얘기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참말이었으나 꼭 필요한 말은 아니었고 친절한 말도 아니었다.

요즘 한 가지 비우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 있다. 간헐적 단식도 하고 가급적 간식을 먹지 않기로 한 것과 조금 부족하게 먹기로 한 것이다. 욕심을 부려 더 먹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느낌은 너무도 다르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나.... 가볍고 참 좋은 느낌!

 

 

도 그럴 것이다. 무성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도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의 재미이기도 하겠으나 말을 많이 하고 돌아서면 웬지 찜찜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굳이 필요치 않은 말을 해서 그 사람의 이미지에 고개를 갸웃거릴 사항이라면 참말이지만 꺼내지 말일이다. 불필요하고 친절하지 않은 말은 누구에게든 건네지 말일이다.

가급적 남의 얘기에 눈을 맞추고 들어주는 그것만으로도 친절한 사람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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