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7,4 금.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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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현 월드컵팀장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세계 최강이던 스페인이 몰락했다. 이를 두고 ‘티키타카’축구의 종말이 왔다고 호들갑이다.
맞는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축구의 기본’이 존재하는 한 티키타카는 절대 사라질 리 없다. 티키타카는 스페인말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의미다. 마치 탁구공이 테이블 위를 ‘짧고 빠르게’ 왔다 갔다 하듯이, 세밀하고 짧은 패스가 쉼없이 이어지는 축구를 일컫는다.
축구의 기본은 다름 아닌 볼컨트롤과 패스다. 이 두가지를 기본으로 여러 전술이 파생되는데, 티키타카는 바로 이 기본기 자체를 극대화해 하나의 전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독일을 보자. 과거 독일 축구의 대명사는 힘과 조직력에 토대를 둔 선 굵은 축구에 세밀한 패스를 더해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업그래이드됐다. 사미캐디라, 필리프 람 등이 주도하는 패싱게임으로 상대 수비를 쉴 새 없이 괴롭혔다. 프랑스.벨기에 또한 패싱 축구가 기본이다.
한국 축구팬 중 일부는 일본에 예선 탈락한 데 안도감을 내쉬며 일본식 패싱축구(스시타카)를 비아냥댔다. 한물간 티키타카를 도입해 일본이 낭패를 봤다는 지적도 솓아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일본은 우리보다 세계 수준에 훨씬 근접한 나라다. 단지 티키타카에 정밀한 롱패스와 결정력을 가미하지 못했을 뿐, 일본이 보여준 기본기는 탄탄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 트레이드 마크가 된 날카로운 침투패스나 네덜란드의 정확한 롱패스도 티키타카식 기본기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따라서 티키타카의 종말보다는 그것을 좀 더 발전시키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스페인 축구의 몰락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많은 축구팬들은 한국이 왜상대 뒷공간을 허무는 침투패스는커녕 정밀한 롱패스에 의한 역습을 제대로 시도하지 않느냐며 답답해한다. 하지만 짧고 정교한 기본 패스워크조차 갖추지 못한 한국팀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 무리한 요구다.
한물간 축구라 해도 한국은 우선 티키타카 축구를 마스터해야 한다. 기본기를 갖춰야 그 이상의 응용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잘나가던 도요타가 2010년 일순간 나락에 떨어진 것도 결국 제조업 기본인 품질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업의 신’으로 불렸던 와다히로미 좌우명도 “세일즈의 질은 기본기가 좌우한다”였다.
축구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부문에서 기본기는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덕목인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브라질월드컵이 실패작이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는 중대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축구가, 아니 대한민국이 언제가지나 요행에만 기대어 갈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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