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번짐

다림영 2014. 4. 1. 20:37
728x90
반응형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잠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장석남<수묵정원 9- 번짐>(<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비)

 

.. 

어떤 대상과 만나 아이유의 관계를 맺는 것을 번짐이라는 말로 설명한 시도 있습니다. 수묵화를 그리는 모습에서 착상한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번지다라는 말이 얼마나 그윽하고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

..긴 설명을 달지 않겠습니다. 무엇과 무엇이 만나 아이유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 시인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인지 여러분 스스로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했던 제 말이 여러분에게 번졌다, 충분히 해내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시는 노래처럼/소래섭>중에서

반응형

'애송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점  (0) 2014.04.08
앞으로 가는 뒷걸음질  (0) 2014.04.03
깃든다는 말/김인호  (0) 2014.03.15
[스크랩] 늦은 꽃/김종태  (0) 2014.03.08
[스크랩] 삼월을 주제로 한 詩 여섯편 감상하세요  (0) 201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