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여자의 일생/모파상/어문각

다림영 2012. 11. 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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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느가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던 시절에도 이와 똑 같은 감동에 몸이 떨리고 이와 똑같은 달콤한 기분, 포근한 세월의 꿈결 같은 도취를 맛본 일이 있었다. 미래가 닫혀진 지금에 와서 이러한 모든 것을 다시 찾아낸 것이다. 마음 속으로는 그것을 반갑게 느끼면서도 동시에 아픔도 느꼈다. 깨어난 세계의 영원한 환희가 그녀의 마른 살결, 식은 피, 지친 영혼 속에 스며들어와도 그것은 오직 힘없는 고뇌에 찬 매력밖에는 던져주지 못하는 듯 했다.


게다가 또 자기 주변의 도처에서 무엇인가가 약간 달라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보다 태양의 열도 식었고, 하늘의 푸른 색도 퇴색해지고, 풀빛도 약간 색이 바랜 것 같았다. 꽃도 창백하고 향기가 없어져서 이제는 예전처럼 사람을 취하게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때로는 생의 행복감이 몸에 파고들 때도 있어서 또 다시 몽상에 잠기고, 희망을 품고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되기도 했다. 운명이 아무리 가혹하다고 해도 청명한 날에 어찌 희망을  품지 않고 있을 수 있으랴? 영혼의 흥분에 떠밀리듯 몇시간이고 그저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이따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길가에 앉아서는, 슬픈 일들을 곰곰 생각하는 것이었다.


어째서 자기는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받지 못했을까? 어째서 자기는 평온한 삶의 단순한 행복조차도 몰랐을까?

그리고 때로는 일순 자기가 늙었다는 것도 잊고, 앞으로 슬프고 외로운 세월도 몇 년박에는 남아 있지 않다는 것도 잊었다.


자기의 앞길에 마치 예전의 열여섯살의 소녀시절처럼 즐거운 계획을 세우고, 즐거운 미래의 조각을 맞추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 다시 쓰라린 현실이 그녀 위에 달려 들었다. 허리뼈가 부러질 듯한 무거운 짐이 떨어져서 그 밑에 깔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듯이 일어나서는 전보다 더 무거운 걸음걸이로, 

"주책이야, 내 가 미쳤지"

하고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향해 걸어가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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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잘리는 그의 주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거운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가봐요."


잔느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로잘리 덕분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내게 되었다.

파란만장했던 여자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조그맣고 따뜻한 손녀의 체온으로 매일마다 기쁨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다.


여자 남자를 가를 것도 없다. 인생은 고뇌다. 평생을 아버지든 남편이든 아들이든  타의 에 의해 고뇌하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어찌 행복하고 기쁘고 평탄한 길만 있을까 . 가끔 혼자 살아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이지만  내 맘 같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살면 정말 탈없이 잘 살 것만 같은 것이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아직 혼자인 동생때문에 친정엄마는 매일마다 고뇌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짝을 맺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이인 나는 그를 그냥 놓아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부모의 입장은 사뭇 다른가보다. 지금은 괜찮지만 늙어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세상 풍파를 겪으며 살아온 어머니의 말씀이 옳기는 할 것이다. 


나이들며 친구가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한다. 잔느의 일생도 한때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결국 어릴때부터 그녀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로잘리 덕분으로 구제가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의 간절한 친구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삶이 궁핍하고 급급하니  나와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는 따뜻함을 전해줄 용기도 없고 그럴 만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 나홀로 사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훗날 자유로운 혼자를 꿈꾸어 보지만 나의 아이들은 내 곁을 떠나기나 하는 날이 올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언제까지 가족의 뒤치닥거리에 나를 잃어가며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여자의 일생이란 어머니의 일생이란  어쩔 수 없는 희생이 따르는 것.  현명한 로잘리처럼 분명한 선을 긋고 훗날의 삶을 위해 두 눈을 딱 감고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인생이란  그런 것, 즐거운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닐 것이다. 희망을 품고 살아갈 일이다. 한때 웃고 또 한때 울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황혼의 나이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추억을 회상하며 마음 붙일곳 어디 있다면 그렇다면 괜찮은 삶이리라. 소소하고 따스한 일상으로 하루를 접는 노년의 일상을 꿈꾸어 본다.  


이런...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가 텔레비젼에서 흐르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을 꿈꾸는 나는 유심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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