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계단도 첫 번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시작되듯, 기본을 무시한 획기적 시도는 자칫 혼란을 가져올 수 잇다. 수필을 처음 공부할 때는 습작기의 성실함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주변의 일부터 차근차근 써나가며 내공을 쌓아야 한다. 수련을 거치지 않고 이룬 성채는 급조된 부실공사로 무너질 위험이 있다. 주변과 이웃의 일, 사회적인 이슈, 역사적인 모티브 -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우리의 이야기로 범위를 넓혀가며 하루에 한 페이지씩이라도 꾸준히 원고지를 메우는 훈련을 해야한다.
운동선수가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밤새워 피나는 연습을 하고, 발레리나가 토슈즈를 일주일에 열 켤레씩 버려가며 워킹연습을 하듯, 무엇이든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조선시태 최고의 명필이라는 추사 선생도 천 개의 붓을 닳게 하고 열 개의 벼루를 구멍 내면서 글씨 연습을 했다.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은 부단하게 꾸미는 연습 후에 나오는 것이다.
대학 1학년생의 화장이 부자연스럽지만 풋풋함을 주는 것처럼, 수십 년 화장을 해도 한 듯 안 한 듯 꾸밀 줄 아는 노하우를 지녀야 자연스러워 보인다.
글도 습작기를 지나면 자신만의 향취를 자연스레 낼 수 있다.
꽃이 살아남기 위해 벌을 유혹하느라 온 생의 힘을 자아내 화려함을 연출하듯, 글도 자신만의 향기를 뿜어낼 때까지 오랜 시간 숙성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 간장을 처음 담글 때는 물과 메주가 어울리지 못해 멀건 빛을 내지만 오래도록 항아리 안에서 햇볕과 소금과 메주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내고, 세월따라 익어가듯, 노련한 글맛을 내려면 모든 것을 수용하여 오랫동안 숙성을 통해 완성시켜야 한다.
글쓰기도 훈련에 의해 문체의 유려함이나 문장의 독특함을 연마할 수 있다"
구름카페
나에겐 오랜 꿈이 있다.
여행 중에 어느 서방()의 골목길에서 본 적이 있거나, 추억어린 영화나 책 속에서 언뜻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카페를 하나 갖는 일이다.
그곳에는 구름을 좇는 몽상가들이 모여들어도 좋고, 구름을 따라 떠도는 역마살 낀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도 좋다. 구름 낀 가슴으로 찾아들어 차 한 잔으로 마음을 씻고, 먹구름뿐인 현실에서 잠시 비켜 앉아 머리를 식혀도 좋다.
꿈에 부푼 사람은 옆자리의 모르는 이에게 희망을 넣어주기도 하고, 꿈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런 사람을 바라보며 꿈을 되찾을 수 있는 곳 - '구름카페'는 상상 속에서 늘 나에게 따뜻한 풍경으로 다가오곤 한다.
넓은 창과 촛불, 길게 드리운 커튼, 고갱의 그림이 원시의 향수를 부르고, 낮은 첼로의 음률이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곳에서 나는 인간의 짙은 향기에 취하고 싶다.
눈만 뜨면 서둘러 달려와 책장을 뒤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조그만 연구실이 있는 곳은 서초동 꽃마을이다. 2, 30년 전부터 그렇게 불렀으니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지금은 정치 1번지니, 강남의 요지니 하는 요란한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나이 든 사슴의 뿔처럼 실속도 없이 교통만 혼잡하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고층건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꽃마을은 꽃을 가꾸어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풀더미 같은 땅을 거름삼아 하루하루를 살던 곳인데, 지금은 문화와 진리의 요람, 예술과 학문의 메카다. '예술의 전당'과 '국악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과 '학술원' , '예술원'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꽃과 문화는 생존이 해결되고 난 후에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요소이고 보면 서초동과 문화적 여건은 필연인 것도 같다.
집을 떠나 '문화의 거리'라 일컫는 서초대로를 지나 연구실에 이르는 동안, '구름카페'에 대한 동경심은 가로수가 늘어선 길목에 눈길을 머물게 한다. 플라타너스가 손에 잡힐 듯한 길목 찻집을 지나면서, 은은한 조명에 깊은 의자가 편히 놓여 있는 찻집 앞을 지나면서, '구름카페'가 현실로 이루어 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진다.
프랑스의 '되마고 카페문학상'은 상장과 메달만 수여한다.
작가들은 그 상을 받기 위해 창작에 열중한다.
이 상의 권위는 주최 측이 작품과 작가 선정에 엄격하여, 오해의 소지를 제거함으로써 객관성을 대외에 과시한다.
'되마고 카페'에서 수여되는 문학상과 같이 프랑스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작가와 작품을 선별하고 조촐한 자기를 마련하여 정()을 나눌 수 있는 카페가 많다.
만약 내가 한 묶음의 장미꽃을 상품으로 수여하는 상을 만들 수 있다면 시상식장소는 '구름카페'가 제격일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은 장미꽃 한 송이씩 들고 와 수상자에게 마음을 함께 전함으로써 상금을 대신하는 '구름카페 문학상'을 만들어 상을 받는 사람고, 시상하는 주최측이 자랑스러움에 벅찰 수 있는 문학상을 뿌리내리고 싶다.
'구름카페'- 천장과 벽에는 여러 나라의 풍물이 담긴 종을 매달아 문이 열리거나 바람이 불 때면 신비한 소리가 들려 사람들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의 파이프와 민속품을 진열해 구름처럼 어디론가 흘러가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싶다.
그 장소가 마련되면 한 시대를 함께 지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원히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초대하여 향기짙은 차를 마시며 비 내리는 날엔 비를, 눈 내리는 날엔 눈발에 마음을 씻으며 함께 보내고 싶다.
'구름카페'는 나의 생전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어도 괜찮다.
아니면 그곳은 숱하게 피었다가 스러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장소인지도 모른다. 구름이 작은 물방울의 결집체이듯, 이러한 현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에 더 아득하고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나는 꿈으로 산다. 그리움으로 산다. 가능성으로 산다.
오늘도 나는 '구름카페'를 그리는 것 같은 미숙한 습성으로, 문학의 길과 생활 속의 레일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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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주 작은 카페가 있다. 젊은여자가 운영하는 것 같다. 조금 늦은시간이면 그녀가 퇴근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누군가 마중을 나오고 아기도 있었다.
카페가 생긴지 한 이년정도 되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괜찮게 보여 퇴근때마다 들여다보곤 했다. 그런데 두어달전인가 바로 그녀의 가게 건너편에 체인점 카페가 들어섰고 또 엊그제인가 바로 그 옆에 인테리어가 완전히 서울스타일인 중형카페가 들어섰다. 매일마다 나는 이 세 카페를 들여다 보며 사뭇 착찹해진다. 가진 것이 부족한 작은카페가 퇴출될 것 만 같아서다. 소규모 자영업자로서 그녀의 타는 가슴이 보이는듯 했다. 어제도 그제도 그곳은 주인만 앉아 있었고 건너편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경기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소비자들은 어쩔수 없이 조금이라도 멋진 곳으로 근사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제아무리 모이는 장소라 할지라도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나도 한때 예쁜 카페를 운영하는 꿈을 꾸었다. 아들 셋 모두를 음악공부를 하게 한 것은 나의 꿈과 무관하지 않다. 남편의 사업이 지금껏 좋은상황으로 이어졌다면 아마도 어느 변두리에 소박한 집을 짓고 꿈을 이루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영업을 해 온 사람으로서 판단을 해보건데 그야말로 부자여서 취미생활로 한다면 모를까 카페는 참으로 승산이 없는 것 같다.
거리를 지나다 예쁜카페를 보면 두루 살피며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 하는 마음만 인다. 그것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꿈일 뿐인 것이다. 뒷돈이 두둑하거나 남들과 다른 특별한 어느것이 없는 한 카페를 창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들어 너무 많이 생겼다. 수지타산을 맞추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수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와중 베이비부머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살아남고 또 누군가는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갈곳은 많지 않고 경험 또한 없는 사람들...,부쩍 이런 뉴스를 접하며 나또한 점점 어려워지는 삶에 정신을 잃지 않으려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인다.
어릴 적 친구들의 소식을 듣는다. 명퇴를 하게 된 누구는 기술을 익혀 중장비 큰 차를 샀는데 일이 없다 하고 누구는 하던 사업이 되지 않아 버스회사에 취직했고 또 누구는 .....
작은 카페 창에 커피가격이 다시 낮아졌다. 그녀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도대체 몇잔을 팔아야 비싼 가게세를 낼 수 있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따스한 전등불아래 몇명의 손님이라도 있었으면 참 좋겠다. 그녀가 손님들과 환한 인사를 나누며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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