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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란 ,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또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사람에게 나의 일부를 주는 걸 말하지”
그의 말은 오래된 설교투로 변해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돕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무엇을 줘야 좋을지 모르고, 어떤 부분은 주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 그런데 정말 절실히 필요한 그 부분을 상대방은 원하지 않을 때가 많아. 나아가 정말 도움이 될 그 부분을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할 때도 많고, 이건 읍내 부품 가게에서 ‘죄송합니다. 그 물건은 떨어졌습니다’하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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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젊은 시절 우리가 사랑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을 떠나고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
물론 지금은 훌륭한 낚시꾼이 되기에는 너무 늙고 말았다. 그래도 가끔은 큰 물가에서, 친구들의 만류를 뒤로 한 채 나 혼자 낚시를 한다. 여름날이 북극해처럼 긴 서부 몬태나 주에 사는 수많은 플라이 낚시꾼들이 그렇듯, 나는 종종 서늘한 밤이 이슥해서야 낚시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깊은 협곡을 채우는 북극의 박명 속에서 모든 존재가 하나로 녹아드는 걸 느낄 수 있다.
나의 영혼과 추억과 빅 블랙풋 강의 소리들과 네박자 리듬 그리고 물고기가 튀어오를 거라는 희망은 하나가 된다.
결국 모든 것들은 하나로 융합되고, 그리고 강은 그 위로 흘러간다. 강물은 대홍수가 만들어낸 강줄기를 따라 시간의 기저에서부터 있어온 바위 위를 흘러간다. 어떤 바위에는 시작도 끝도 가늠할 수 없는 빗방울이 닿는다. 바위 밑에는 말씀이 있고, 말씀의 일부는 그들의 것이다.
나는 물소리에 넋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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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욕에서 한 사람이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다. 그 순간을 기자가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홈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피했다. ... 만약 그러한 사실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면 그는 죽었을까?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누군가는 엎드렸을것이고 사방에서 그를 끌어올리려 온 힘을 함께 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태도일 것이다.
가족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절실한 도움을 주어 본 적이 없다. 이런 사람이 그 곳에 있던 어떤 누구에게도 이렇다 저렇다 말을 꺼낼 위인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아름다운 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에 우리곁을 떠나간 친구남편이 떠오른다. 그와 가끔 낚시를 가곤 했는데 이런 낚시는 아니었지만 그는 낚시의 고수였다. 그렇게 멋지게 보였던 그가 병으로 가고 그녀와 딸만이 남았고 세월은 덧없이 흘러갔다. 아직도 우리는 가끔 모여 지난날을 얘기 할 때면 빼놓지 않고 추억하는 것은 그의 낚시 법에 대한 것들이다. 제아무리 따라 해도 우리는 되지 않는 것이었다. 아직도 선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그의 멋진 뒷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큰 녀석이 어렸을 때일 것이다. 이 영화 포스터를 아이방 벽에 붙여놓았었는데 영화의 눈부신 영상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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