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을 만나는 순간 살펴보지도 않고 집어 들었다.
세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나는 소설을 잘 읽지 못하지만 책을 빌리러 갈 때 마다 꼭 집어 든다. 빌려와 번번이 반쯤 읽고는 덮는 일이 많다. 그런데 쑤퉁의 소설은 잘 읽혔다. 처음에 나오는 <처첩성군>은 영화로 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참 재미있었다. 그의 책들을 천천히 찾아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의 글을 뒤늦게 읽었다. 읽어보니 그랬다. <처첩성군>이 <홍등>이란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는 것이다. 언제 나는 그 영화를 본 것일까. 분명 본 것 같다.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이혼얘기가 누구에게서든 나오곤 한다. 우리 나이 때 저마다 한번쯤 생각하는 이혼인지도 모르겠다. 필히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부부간의 다툼이란 것이 그렇고 그런 사소한 것이라면 참고 넘어갈 수 있지만 가족에게 큰 폐혜가 있다면 참고만 있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남편이 어느 날 다짜고짜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아내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도 잘 보살피며 남편에 충실했던 아내였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 모르게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아내보다 밖의 여인과 사랑을 지속하고 싶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결혼을 유지시킬 것을 요구하지만 남편은 냉담하다.
어느 날 아내는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가 그녀의 얼굴과 온몸에 굵은 상처를 만들고 만다. 밖의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에게 상처를 만든 것처럼 똑같이 그의 아내에게 돌아가 상처를 내야 한다고 선언하고 반드시 확인을 하러 집으로 찾아간다고 호령을 한다. 결국 그날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지만 갈 곳이 없다.
봄이 되기 전 그는 아내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여인에게 돌아가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혼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고 뭐고 모든 것에 지치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아들과 서점에 들르는 남자는 신간 진열대에 <이혼 지침서>라는 책을 발견하고 훑어보며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개소리”라고.... 주변 누군가 그에게 묻는다. 개소리인지 어찌 아느냐고? 그는 말한다 자기를 믿으라고 ...
그 지침서엔 어떤 룰이 씌여 있었던 것일까? 정말 라오진의 저서 <이혼지침서>란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 하겠다.
해마다 나의 동반자는 사고를 쳤다. 그때마다 나는 서약서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뒤를 해결해 주었다. 정말 신물이 났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그를 만나 결혼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사업을 다 말아먹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서약서를 쓸 때마다 심각해져서 새로 태어난 듯 행동이 달라졌다. 언제나 그것에 나는 속았다. 얼마 전 나는 또 그의 사고에 대한 뒷수습을 해야 했다. 그때 ‘이혼’ 이란 말을 처음 친정엄마에게 꺼냈었고 세 아이 모두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모두 이혼에 찬성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어떠한 아버지든 한 부모 가정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에게 마지막 서약서를 쓰게 했고 직접 서약서를 공증을 해오라고 시켰다.
그는 순순히 응했다. 이제 더 이상 어떠한 사고를 저지른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을 나를 그는 알 것이다. 서약서엔 어떤 재산 분할 권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기록해 놓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늙은 노모와 그래도 식사라도 챙기며 제대로 살아가려면 조신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변호사의 도장이 선명하게 찍힌 그것은 우리집 거실 선반에 반듯하게 세워져 있다
.이혼이란 말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나의 친구 한 사람은 육십이 되면 훌훌 날아갈 것이라고 했고 그런대로 잘 지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혼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이혼한 사람들이 대부분 얼마가지 않아 후회를 한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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